
초가을 하늘 아래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책임질 건각들이 힘차게 통일로를 달렸다. 서울 배문고를 중심으로 팀을 꾸린 서울 대표와 실업팀 한국전력공사가 경향신문과 대한육상연맹이 공동주최한 제55회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에서 부문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나란히 대회 2연패를 일궈내며 자존심을 세웠다.
서울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통일로 46.9㎞ 구간에서 펼쳐진 대회 시도대항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수년 동안 엎치락뒤치락 경쟁했던 경기 대표를 여유 있게 제쳤다.
서울 배문고 5명, 서울체고 1명 등 총 6명으로 팀을 꾸린 서울은 2구간부터 마지막까지 레이스를 주도했다.
1구간을 4위로 마친 서울은 2구간에서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진현(서울체고)이 8.6㎞ 코스를 27분33초로 끊으며 앞서 달리던 3명을 모두 제쳤다. 이어달린 심주완까지 3구간 7.5㎞를 가장 빠른 기록(24분48초)으로 통과하며 격차를 더 벌렸다.
서울은 4구간에서 경기 대표 오준석(경기체고)에게 추격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고등부 최고 선수 이영범(배문고)이 5구간 주자로 나서 6개 구간 중 가장 긴 10.2㎞ 코스를 32분26초 만에 통과하며 경쟁팀들과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대회에서 서울 2번째 주자로 달리던 중 골반을 다쳐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던 이영범은 이번 대회 역주로 아쉬움을 씻어냈다. 시도대항 부문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감격도 누렸다. 서울의 마지막 주자 서정휘(배문고)도 6구간 1위를 기록하며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끊었다.

서울은 총 2시간35분33초를 기록하며 2위 경기(2시간39분26초)에 4분 가까이 앞섰다. 지난해 경기와 마지막까지 접전하다 15초 차이로 우승했지만, 올해는 한결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서울 대표를 이끈 조남홍 배문고 감독은 “아픈 선수 없이 컨디션 조절을 잘한 덕분에 큰 굴곡 없이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2구간 주자 박진현부터 마지막 주자까지 다들 잘 뛰어줬다. 1구간 주자 최진호도 이제 1학년인데 최선을 다해 잘 달렸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에 이어 충북이 3위(2시간40분41초)를 차지했다. 충남(2시간43분25초), 경북(2시간44분28초), 경남(3시간15분53초)이 뒤를 이었다.

대학·일반부가 경쟁한 소속팀 대항전은 한국전력이 2시간30분14초 기록으로 역시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총 4개 구간 중 3개 구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첫 번째 주자 김건오가 1구간 14.1㎞를 가장 빠른 45분8초 기록으로 통과했다. 김홍록이 달린 2구간 들어 3위까지 처졌지만, 다음 구간에서 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3구간 주자 심종섭이 경쟁 선수들보다 1분 이상 빠른 31분19초 기록으로 10.2㎞ 코스를 통과했다. 마지막 주자 김태훈도 4구간 7.3㎞를 23분31초로 끊고 1위를 기록했다. 한국전력 김건오와 심종섭은 소속팀대항 부문에서 나란히 최우수선수와 우수선수로 뽑혔다. 한국전력에 이어 건국대가 2시간32분46초로 2위를 차지했다. 청주시청(2시간33분9초), 군산시청(2시간39분30초)이 각각 3, 4위로 들어왔다.
김재룡 한국전력 감독은 “가장 믿었던 김홍록 선수가 달리던 중 복통이 있어서 변수가 생겼지만 다들 잘 달려줬다. 심종섭 선수가 그동안 아킬레스건이 좀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오늘 뛰는 걸 보니 이번 대회를 계기로 확 올라올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