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연령∙금액 다 올리면 연 최대 30조 더 필요…아동수당 딜레마

2025-05-06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18세 미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2025. 5.5〉

“아동수당을 확대해 자녀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고, 18세까지 매월 10만원씩 펀드 계좌로 지급하겠습니다. 〈2024. 3.27〉

각각 지난 5일 어린이날과 지난해 22대 총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 발언이다. 똑같은 공약이지만 1년 사이 표현은 꽤 달라졌다. 이 후보는 지급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높일 것을 언급하면서도 ‘단계적’이란 표현을 넣었다. 구체적인 수당 인상액은 제외했다. 지난 총선 때는 ‘출생기본소득’이란 키워드를 앞세웠지만 이번엔 ‘기본’이란 표현을 뺐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현재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다. 지급 대상을 넓히고, 수당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현재 총 11건 발의돼 있다. 이 중 10건을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했다. 연령 상향 조정(만 18세 미만)엔 큰 이견이 없고, 수당을 얼마나 증액할지는 개정안마다 다르다. 20만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한데, 물가와 연동해 수당을 올리거나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하지만 ‘주요국과 비교해 대상이 좁고, 금액도 적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은 동일하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아동수당이 최소한의 아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아이를 돌보는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큰 이견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터키 정도를 제외하고 아동수당 제도를 운영한다.

지급 연령은 만 15세~18세가 일반적이고, 수당도 대체로 한국보다 많다. 캐나다처럼 월 60만원(최대액 기준)을 주는 곳도 있다.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수당을 조정하거나 자녀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보통 자녀가 많을수록 아동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지급하는 구조다. 한국은 정액으로 지급하고, 액수도 2018년 월 10만원으로 정한 이후 그대로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속도다. 한국의 재정이 급격히 불어나는 수당을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1950년 이전에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늦은 편인 일본도 1970년대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급 대상을 늘리고, 금액도 올리면서 차츰차츰 보완해왔다는 뜻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늦은 2018년 제도를 시행했다. 단번에 OECD 회원국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추려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급 범위를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수당을 월 2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2029년까지 5년간 71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지금(11조6000억원)보다 66조원, 연평균 13조2000억원가량이 더 드는 셈이다. 현재 나온 개정안 중 인상 폭이 가장 큰 50만원으로 계산하면 향후 5년간 매년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은 “아동수당 확대에 공감대가 있지만, 현금성 복지는 금액이나 대상을 한번 늘리면 되돌리는 게 어렵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제도를 도입한 지 7년 정도 지난 만큼 효과나 부작용을 한국의 현실에서 재점검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다. 출산율 제고 효과가 있으리란 믿음이 배경에 깔렸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사례를 입증했다. 제도 도입 직전인 2017년 1.05명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 처음 1명 미만으로 떨어져 2023년(0.72명)까지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아동수당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란 반론도 있다. 지원이 부실하다 보니 출산 의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평균 지출(2021년 기준, 사교육비 포함)은 영유아 60만6000원, 초등학생 78만5000원, 중고생 91만9000원으로 점차 늘어난다. 지출이 많은 초등학생 이후에 오히려 아동수당이 끊기는 셈이다. 이 후보가 지난 2022년 대선 때 아동수당 대상을 넓히고, 명칭을 아동·청소년수당으로 바꾸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부모급여와 아동수당, 영유아 입원비 본인부담금 면제 등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복지는 비교적 잘 갖췄지만, 청소년기에 대한 보장이 부실한 게 사실”이라며 “금액까지 한 번에 만지기 어렵다면 일단 대상이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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