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세 환급 특례'를 올해 말 종료하기로 하면서, K-뷰티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중국은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은 반사이익 기대와 안전성 우려가 공존하는 '막차' 분위기가 퍼지는 중이다. 실제로 이번 환급제 폐지 소식 직후, 외국인 대상 부가세 환급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텍스프리(GTF)의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 외국인 성형 부가세 환급, 내년부터 폐지…업계 "방문 수요 꺾일 수도"
2026년부터는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아도 지금처럼 부가세 10%를 환급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조세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외국인 대상 성형 부가세 환급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일 '외국인 관광객의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적용기한을 올해 말부로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5년 신설된 이 제도는 방한 외국인이 정부가 지정한 특례적용 의료기관에서 미용·성형 관련 의료용역을 받은 경우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되돌려주는 환급 프로그램이다. 그간 외국인 환자가 한국 병원에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받을 경우 부가세 10%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제도는 2016년 시행된 이래 K-뷰티 열풍과 함께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외국인에 대한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296억 원이던 환급액은 1년 만에 874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2배 넘게 늘어난 영향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환급액은 약 92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성형·미용 분야는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중 성형외과 진료를 받은 인원은 13만 3429명(11.4%)이다. 업종별 카드 결제액은 피부과 5855억 원, 성형외과 3594억 원으로, 백화점(2788억), 면세점(1884억), 음식점(1833억)보다도 크다.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의 국내 의료관광 지출 총액은 7조 5039억 원에 이르며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641만 원에 달한다. 특히 일본 국적 환자가 44만 명 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들 중 94%가 여성, 74%가 20~30대였다. 보톡스, 필러, 레이저 등 비수술 미용 시술 수요가 압도적이다.

◇ 중국, 하이난 앞세워 '국가 주도' 의료관광 산업화 가속
반면, 중국 정부는 하이난성을 의료관광 특구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며 글로벌 유치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의료관광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왔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 의료관광 수요를 붙잡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하이난성에 '보아오러청 국제의료관광 시범구'를 조성한 것이다. 이 지역은 중국 내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받는 등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이 주어진다.
그 결과 보아오러청 시범구는 지난해 의료관광객 41만 3700명을 유치하며 전년 대비 36.8%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9.8% 늘어난 11만 1500명이 찾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현지시간) 하이난성이 전날 발표한 '하이난성 특색 현대산업체계 구축 가속 3개년 계획'에서 의료관광객 수를 2027년까지 연간 15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하이난은 △해외 의료기기 신속 도입 △외국인 전문 의료진 영입 완화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한국·태국·싱가포르 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CMP는 "하이난 의료관광지구는 이미 유방암, 암 치료, 심혈관 시술 등에서 외국의 고급 병원 수준에 버금가는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체류비용은 2500달러(한화 약 350만 원)에 달하고 중국 중산층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일본, "한국 환급 혜택 사라졌다"…의료관광 유치 채비 속도
일본 역시 한국의 부가세 환급 폐지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국과 일본을 함께 의료관광지로 고려해온 소비자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TV는 1일(현지시간) 한국이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세 환급을 폐지함에 따라 의료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비슷한 기술을 가진 일본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내 성형외과 병원들이 최근 동남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후쿠오카·오사카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미용의료와 관광 결합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실제로 일본은 의료비가 비싼 편이지만 위생관리나 의료윤리 측면에서 높은 평판을 받고 있으며 '메디컬 스파'나 '웰니스 리조트'처럼 건강과 힐링을 강조한 의료관광 상품도 각광받고 있다. 일부 일본 의료기관은 최근 '한국에 가지 않아도 그 급으로 가능'이라는 마케팅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일본 내 소비자들도 환급제 폐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X(구 트위터)상에는 "한국에 미용 치료를 가고 싶었던 사람은 지금 서둘러야겠다", "연말 전에 가야 한다"는 반응과 함께 "연말쯤 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병원의 예약이 몰릴 듯"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물가 상승과 엔저로 예전만큼 이득이 크지 않은데 면세까지 끝나면 경영이 어려워질 병원도 생길 것 같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료 수준과 안전에 대한 신중론도 감지된다. "최근 한국의 미용의료는 정말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며 "경험 부족한 젊은 의사가 개원한 곳도 많고 사고 얘기도 제법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에서는 "초저가 공장형 클리닉은 아르바이트 의사 투성이 아니었을까"라며 한국 클리닉의 저비용 구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 세제 개편에 주가 출렁…글로벌텍스프리 "제도 유지해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가세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텍스프리(GTF)도 정부의 환급제도 폐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급 제도 폐지 발표 직후 주가가 폭락하며 이른바 '세제개편 피해주'로 낙인찍힌 데 이어, 투자자 보호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정부에 제도 유지를 공식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텍스프리는 5일 주주 서한을 통해 "정부가 외국인 대상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중단하지 않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K-의료관광 산업의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 제도"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 제도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와 내수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며 환급 폐지가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31일 장 마감 후 환급 제도 종료 방침을 밝히자, 글로벌텍스프리 주가는 1일부터 단 이틀 만에 39.34% 폭락했다. 주가는 지난달 말 종가 대비 최대 35% 넘게 하락한 바 있으며 세제 개편안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주효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용 의료 환급 관련 서비스 수수료는 글로벌텍스프리의 전체 매출 중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가 폐지될 경우 연간 매출의 5분의 1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