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신속 지원에 초점…'속도전' 주력
이재명, 대규모 지원·기반 마련 동시 추진
두 후보 모두 '재정 확대' 현실 한계 봉착
전문가 "돈만 쓰는 안 좋은 정책 유의해야"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다가오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 승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위기 상황에서 빠른 체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긴급 지원과 함께 재기 기반 마련까지 한번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김문수 "당장 숨통부터 튼다…속도가 생존 좌우"
15일 김문수 대선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김 후보는 소상공인 민생 공약에서 무엇보다 '속도'와 '직접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1순위 공약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설치를 언급했다. 이를 통해 위기 상황 속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전방위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응급지원 3대 패키지'도 지원할 예정이다. 3대 패키지에는 ▲매출 급감 시 '생계방패 특별융자' 제공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확대 등이 담겼다.

금융 지원 확대도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 은행을 신설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생애 주기별 자금 지원을 패키지화할 예정이다. 현재 신용보증기금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분산돼 있는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한다는 취지다.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전기료·공과금 바우처 지원과 고용·산재보험 확대, 상가임대차 보호대상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중·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00만원 한도에 6개월 무이자 조건으로 보증부 구매전용 신용카드를 발급해 줄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공 판로 확대와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기존 5조5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매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시 캐시백을 제공한다. 전통시장 주변의 주차장과 교통 인프라도 대폭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이다.
◆ 이재명 "긴급 지원·재기 안전망 구축까지 한번에"
이 후보는 긴급 지원과 구조적 대책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총력 지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각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부터 그는 민생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당 사업을 꾸준히 밀어붙여 왔다.
이와 함께 코로나 정책 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 조정과 탕감을 병행하는 종합적인 채무조정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방안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기적 재기를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퇴직금처럼 목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폐업 지원금을 현실화하고, 폐업 시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도 완화한다.
또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감면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 대출 전문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자영업자 상병수당과 육아휴직수당을 확대한다. 또 여성 소상공인의 안전 강화를 위해 '안심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골목상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권르네상스 2.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 대표 상권을 육성하고, 침체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플랫폼 중개수수료 상한제도 도입한다.
◆ '속도 승부'와 '총력 투입'…해법의 무게 차이
두 후보의 민생 정책은 각기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 지원 속도와 지속성, 재정 운용 전략 등을 두고 차이점이 뚜렷하다.
먼저 김 후보는 즉각적인 생계 지원을 통해 빠른 체감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당장의 생존 위기를 넘기고, 경기 회복의 선순환으로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이 후보는 긴급 지원과 장기 대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재발 자체를 막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의 민생회복지원금은 김 후보의 생계방패 특별융자와 유사하나 지원 규모와 범위가 더 넓다. 여기에 더해 이 후보는 내일채움공제 등 아예 은퇴·폐업을 대비한 재기 자산 형성 방안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은 보다 근본적인 재기 기반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재정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 후보 방안은 위기 상황에서 당장 숨통을 틔워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운용 전략을 두고도 입장이 갈린다.
김 후보는 기존 재원 재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 직속 지원단 설치와 금융기관 설립 등은 추가 예산 없이는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필요한 예산 규모와 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는 정책 추진 자체가 표류할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이미 대규모 추경과 예산 확대를 전제로 재정 투입을 공식화했다. 당장은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세수 증가에 대한 장기적 기대에 의존하는 만큼 사실상 선(先) 집행 후(後) 재원 논의에 가까운 구조다. 이 경우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정책 방식도 '적응형'과 '규제형'으로 나뉜다. 김 후보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시장 적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적응형 해법을 내놨고, 이 후보는 수수료 상한제와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직접 규제형 해법을 택했다. 김 후보는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며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지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후보는 비용 절감을 위한 직접 규제를 내세우나 플랫폼 기업의 반발과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두 후보 모두 민생 회복을 위해 '재정 확대'라는 공통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김 후보와 과감한 재정 집행을 내세우는 이 후보가 상반된 노선을 걷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상공인 지원 규모와 정책 범위 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확대된 상황이다.
핵심은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재원 마련 방안과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느냐'에 달려있다. 민생을 회복시키겠다는 동일한 약속은 결국 예산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단순한 지원 약속을 넘어 그 약속을 어떻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표심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후보는 주로 금융 대출을 활용한 재기 지원에, 이 후보는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포함한 대규모 재정 투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각 정책들에 재정이 어느 정도로 필요할지 철저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 돈만 들어가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정책들이 전형적으로 안 좋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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