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징계를 받은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관료가 문체부 산하 법인 대표로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난 5월 9일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운영·관리할 국립문화공간재단 초대 대표에 우상일(65) 전 문체부 예술국장을 임명했다.
국립문화공간재단은 서울 마포구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내년 중순 개관하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등 앞으로 신설될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문체부 직속 기관으로 문체부 예술국장과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등 5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한다.
우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았던 인물이라 향후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대선을 1개월 앞두고 산하 법인 대표를 임명한 것을 두고 ‘알박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우 대표는 2017년 예술국장 시절 당시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보고한 당사자다. 조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우상일 예술국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으로 여야 간 공방이 오갔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체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라는 쪽지를 건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 대표는 문체부 퇴직 후 윤석열 정부 시절 2022년 한국관광공사가 대주주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경영본부장에 내정됐다가 외부 반발 등으로 사퇴했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정 농단 핵심 인사이자 국회 모독의 당사자를 중요 직책에 임명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활동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국회 모독을 묵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3년 우 대표는 보수 성향 문화예술단체 ‘문화자유행동’ 창립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창립 직후 다른 보수 성향 단체들과 함께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국립문화공간재단은 문체부 장관이 대표를 임명하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우 대표 임명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