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교과서 저작권, 이제는 누군가 응답해 주길 바란다

2025-07-15

나는 7년 전, 교육 시장의 저작권 문제를 처음 마주했다. 당시 유명한 교육 기업에서 중·고등학교 시험 대비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일을 하며 교과서 기반 콘텐츠들이 무단으로 복제되고 유통되는 현실을 직접 목격했다. 음악도, 영화도, 웹툰도 모두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교육만은 예외였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했다. 내가 교재 시장을 알고 있었고, 기술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단단한 유통 구조와 기술로 교육 저작권 생태계를 바로 세우면 교육의 질과 기회도 함께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좋은 콘텐츠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쓸 수 있게 되면 교육 불평등이나 교육 격차가 해소되고 돈이 없어서 양질의 교육을 못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희망했다.

2020년 회사를 창업하고, 가장 먼저 국내 대표 교과서 출판사를 찾아가 정식 라이선스 제휴를 요청했다. 처음 문을 두드린 건 2020년 8월, 그 이후 여러 담당자와 수차례 미팅, 주고받은 수십통의 메일, 수많은 통화와 간담회 초대를 오가며 진심을 담았다. 당시 저작권료 정산을 이뤄낸 사례도 만들었으니 결과나 실적 없이 꿈만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업 초기였기에 이해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실제 사용자들을 확보하며 다시 요청했다. 기술도, 데이터도, 실적도 갖췄으니 이제는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도 최근 다시 돌아온 답도 같았다.

“함께할 수 없다.”

우리는 또 노력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교육 콘텐츠를 위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료별 고유 식별 값을 부여하고, 유통 경로를 추적해, 창작자에게 저작권료가 자동 정산되는 구조다. 실제로 합법 유통이 시작되자 불법 자료의 유통은 줄고, 교사와 강사, 학부모와 학생 모두 편리함을 체감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처음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든 시스템의 한가운데, 가장 중요한 교육 콘텐츠인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의 라이선스가 없으면,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강사는 여전히 복제본을 써야 하고, 저작자는 침묵해야 한다.

그 동안 불법 교재들이 유통되었던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부족함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노력과 기술과 제안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시장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 두려워 합리적인 저작권 사용 요청을 거절하고, 디지털 시대의 교육 생태계를 가꿔 나가려는 노력들이 도태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기분 나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저작권 라이선싱 인프라를 구축해 더 좋은 교육 기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저작권 라이선싱 인프라 없이 교육 산업은 뿌리 없는 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 에듀테크를 비롯한 모든 교육 관련 기업들에게 저작권을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공급하는 일, 하지만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이 거대한 구조를 혼자 바꾸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창업 5년 차, 이제는 학습자료 플랫폼을 넘어서 교육 저작권 생태계 전체를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있다. 그 시작은, 하나의 문이 열려야만 가능하다. 교과서는 교육을 통한 국가 정체성 형성, 사회적 가치 전달, 교육기회의 균등 보장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공공의 도구라는 인식이 크다. 누군가가 내어주지 않는 교과서 저작권을 누구나 정당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 그것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 방법을 찾아달라.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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