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SKU 급증 속 자동화 역량이 경쟁력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택배 시장이 기존의 ‘물량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에 단순히 물류센터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에서 축적한 고도화된 물류 운영 체계를 현지 시장에 이식하는 전략이다. 설비 수출이나 하청형 물류가 아닌 운영 역량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는 이른바 ‘K-물류 운영 모델’이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최근 미국 통합법인(CJ Logistics America)의 브랜드를 ‘CJ Logistics’로 일원화하며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과거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한 DSC Logistics와 기존 미국 법인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함으로써, 현지 물류 네트워크 위에 한국 본사의 운영 철학과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사명 변경을 넘어 서비스 체계와 운영 기준을 글로벌 단일 브랜드로 정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북미 시장에서 풀필먼트, 포워딩, 옴니채널 물류 등 복합 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 소비재·식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나아가 콜드체인, 전기·전자 등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면서 물류 ‘물량’이 아닌 ‘운영 역량’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해외 시장에서 유사한 방향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소비재 물류에서 축적한 한국형 운영 프로세스를 현지 거점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주 덴턴(Denton)에 구축한 자동화 풀필먼트센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플랫폼 아이허브(iHerb)와 협업해 해당 센터를 운영하며, 재고 관리부터 피킹·포장·출고까지 전 과정을 자체 설계한 자동화·운영 시스템으로 일괄 관리할 계획이다.
이 센터에는 AMR(자율주행 로봇), 자동 분류 설비, 통합 운영 시스템이 적용돼 하루 최대 수만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창고 임대나 운송 대행이 아니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설계한 운영 기준과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해 현지 물류 품질을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한국형 물류 운영 모델’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 현지 법인과 물류 거점을 운영하며 국제운송이나 라스트마일 배송을 넘어 보관·분류·출고를 통합 관리하는 계약 물류(CL) 사업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물량을 운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고 운영과 출고 리드타임 관리까지 함께 맡는 방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동남아 시장에서 국내에서 검증된 운영 모델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물류 거점을 운영하며 그룹 계열사의 유통·소비재 물량을 기반으로 초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한 뒤 외부 화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한국식 자동화·운영 체계가 글로벌 물류 환경에서 점차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비 투자 규모를 무작정 키우기보다 운영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비용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문 단위가 세분화되고 재고관리단위(SKU)가 급증하는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 환경에서는 단순 운송이나 공간 제공 중심의 물류 서비스로는 품질과 비용을 동시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SKU가 늘어날수록 인력 투입과 오류 발생 가능성이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물류 시장 분석 기관 ITS Logistics에 따르면 미국 주요 지역의 최근 평균 창고 임금은 시급 18.99달러 수준으로 최근 5년 간 약 40~50% 상승했다. 인건비 부담과 노동력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기반 운영과 자동화 수요를 가속화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창고 자동화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류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이 큰 해외 시장에서는 SKU 증가가 곧바로 운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품종·소량·고빈도 주문 처리에 최적화된 한국형 물류 모델은 단순 하청형 서비스가 아닌 프리미엄 물류로 평가받을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는 단가보다도 운영 리스크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이 점에서 한국형 물류 운영 모델은 해외에서도 충분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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