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매킬로이가 스코어카드에 사인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파 70)에서 벌어진 PGA 투어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다.
매킬로이의 절친 셰인 라우리가 15번 홀에서 친 이글 칩샷은 홀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살짝 스치고 말았다. 매킬로이는 스코어카드 텐트에서 TV로 이를 보다가 머리를 움켜쥔 것이다.
젭 스트라카가 최종라운드 2언더파 68타,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했다. 15번 홀에서 이글을 했다면 공동선두가 됐을 라우리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버디 퍼트가 길어 3퍼트를 하는 바람에 단독 2위에서 공동 2위로 밀려났다.
아일랜드 출신의 라우리와 북아일랜드 출신 매킬로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지냈다. 지난해 초 둘 다 기분이 최악이었다. 매킬로이는 고대하던 마스터스에서 또 우승을 놓쳤다. 잘 나가는 스코티 셰플러에 이어 2인자로 전락했다.
라우리는 2019년 디 오픈 이후 우승이 없다.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둘은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다 두 명이 한 조로 참가하는 취리히 클래식에 같이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우승했다. 경기 후 관중들 앞에서 록그룹 저니의 ‘돈 스톱 빌리빙(Don’t Stop Believin’)’을 불렀다. 그만큼 둘은 감격했다.

둘은 함께 한 우승으로 다시 희망을 찾았다. 매킬로이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기어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라우리도 지난해 취리히 클래식 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우승을 못했다. 라우리는 올해 마스터스에서도 우승 경쟁을 했다. 그리고 이날 또 다시 귀중한 우승 기회를 놓쳤다. 올해 준우승 2번 포함, 톱 10 4번이었으나 우승은 없다. 결국 매킬로이 없이 홀로서기는 아직 못했다.
스트라카는 시즌 초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2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다승을 한 선수는 3승의 매킬로이에 이어 스트라카가 두 번째다.
김시우는 7언더파 공동 17위다. 이번 대회 그린 주위 쇼트게임 순위가 1등이었다. 4.66타를 벌었다. 그러나 퍼트에서 4.73타를 손해봤다. 김시우는 “요즘 롱게임 감각도 좋기 때문에 퍼트가 정상적이었다면 13언더파는 쉽게 됐을텐데 아쉽다. 다음주 PGA 챔피언십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6언더파 공동 23위다. 버디 4개를 잡았으나 보기 2개에 더블보기 2개가 나왔다.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도 6언더파다. 3라운드 63타를 쳤으나 4라운드에선 10타가 늘어나 73타를 쳤다. 안병훈은 4언더파 공동 34위다.
필라델피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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