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여년간 고용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20대 남성이 인공지능(AI) 확산에 의한 일자리 타격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고용률 격차는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18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10월 기준 20대 남성 고용률은 57.8%, 여성은 62.9%로 5.1%포인트 차에 달한다. 20대 남성 고용률이 여성에 뒤처지기 시작한 건 2011년이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인 2021년부터 격차가 4%포인트대로 커지더니 2023년엔 5%포인트 차로 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4.8%포인트 차로 좀 좁혀지나 싶더니 올해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이대남 고용 한파의 주된 원인으로는 우선 이들이 선호해 온 제조업ㆍ건설업 부진이 꼽힌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임금근로일자리동향 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대 이하 일자리가 1년 전보다 13만5000개 줄었는데 주로 제조업(-2만2000개), 건설업(-2만1000개), 정보통신(-2만1000개) 등에서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확산도 20대 여성보다 남성 일자리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가 21만1000개 줄었다. 이 중 98.6%인 20만8000개 일자리가 컴퓨터 프로그래밍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전문 서비스업 등 AI 노출도 상위 50%인 업종이었다.
성별로 나눠보면 20대 이하 남성이 10만9000명, 여성은 9만9000명으로 남성 일자리가 더 많이 줄었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15~29세 남성 일자리는 전체 평균보다 4.5%, 여성은 2.6% 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20대 이하 남성이 AI 확산의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는 뜻”이라며 “컴퓨터프로그래밍업, 전문서비스업 등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일부 업종에 남성 비중이 큰데 그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는 남성들이 ‘첫 직장’에 대한 무게를 더 크게 느끼는 것도 고용률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부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성들은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해 다양한 경력을 쌓으려고 하는 반면, 남성들은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양상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첫 번째 일자리를 얻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15~29세 남성 13개월, 여성 11개월(지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로 남성이 두 달 더 길었다. 취업 전 기업 인턴 등 직장 체험을 한 비율도 20대 이하 남성이 45.7%로 여성(54.3%)보다 적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구 내에서 남성이 주소득원인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지만, 같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0%도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20대 남성들이 처음부터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ㆍ건설업 등 남성들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AI 확산과 자동화로 더 줄어드는 반면, 여성들은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적극 찾으면서 앞으로 성별 고용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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