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앤다커' 분쟁 계속… 1심 재판부, 아이언메이스에 배상금 85억 판결
"법적 가이드라인 필요… 게임 이직자의 기존 자료 활용 관행 근절해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게임업계에서 개발자가 이직할 시 기존 회사의 자료를 활용하는 문제가 심각한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다크앤다커' 분쟁이 4년째 이어지면서 게임업계에 만연한 퇴사자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넥슨 측은 '다크앤다커' 영업비밀 침해 금지 소송 2심 2차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은 P3 프로젝트가 한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일 때부터 집단 전직, 결과물 도용, 회사 프로젝트 사유화 등을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실행으로 옮긴 사건"이라며 "P3 팀원들 중 10여 명 가까이가 결국 애초 계획했던 대로 아이언메이스에 이직을 했고, 이후 나온 게임 다크앤다커는 너무나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언메이스는 지난 2021년에 설립됐으며 넥슨의 미출시 내부 프로젝트 P3 개발을 이끌었던 팀장 최 씨를 비롯한 전직 넥슨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넥슨은 같은 해 아이언메이스가 P3 개발 자료를 빼돌려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관련한 법적 공방은 4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어 넥슨은 이 자리에서 게임 개발 과정 중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짚으며 P3 프로젝트 정보는 자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넥슨 측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고, 게임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기획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단계"라며 "또 기획이라는 것은 기획서를 만드는 것도 기획이지만 개발하면서 여러 부분들이 계속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 차원에서도 계속 리뷰라는 것을 하고 게임 개발에 발전이 되는 인풋을 준다"며 "즉 게임 개발 과정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노하우와 리소스가 투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크앤다커는 기획 단계가 생략된 채 바로 개발에 돌입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측이 P3 결과물은 최 씨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자의식 과잉'이라고 규정하며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피력했다. 최씨가 P3 결과물을 자신의 성과로 착각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다크앤다커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P3 정보에 대해 최 씨 개인에게 귀속되는 인격적 성과가 아닌 넥슨에 귀속되는 정보라고 판단했다. 이에 넥슨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점은 인정하면서 아이언메이스에 85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같은 판결을 두고 넥슨은 '영업비밀 보호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점을 문제 삼으며 다크앤다커의 서비스 금지 청구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넥슨 측은 "아이언메이스의 최 씨를 비롯한 전직 넥슨 직원은 (넥슨) 퇴사 직후부터 P3 정보를 부정적으로 사용해 다크앤다커를 출시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며 "정상적으로 P3 정보를 가져가서 역설계를 해도 게임은 2년만에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비밀 보호 기간을 2년이라고 하게 되면 침해 게임이 나와서 소송을 거는 순간 무조건 패소할 수 밖에 없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며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설정한 것도, 이 부분을 2년으로 인정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 게임 이직자의 '기존 자료 활용' 창작물, 법적 경계 필요성↑

이처럼 게임 이직자들이 기존 회사의 게임 자료를 활용하는 문제를 두고 업계에서는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직이 잦은 게임 업계 특성상 일종의 관행처럼 이어진 이 같은 문제는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시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 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관련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지만 현재 국회에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런 관행이 업계 전반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개발자와 기업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게임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저들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소비자들도 분간하기 시작했다"며 "게임이 출시된 도덕적 배경 등을 살펴보며 윤리적 소비를 하는 유저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크앤다커도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굉장한 반감을 샀다"며 "(향후 이 같은 문제는)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0월 23일 오전 10시 50분 후속 공판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판결이 크게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변호사는 "지금 와서 결과가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며 "결국은 아이언메이스의 손해배상 액수가 더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 정도 범위 내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