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국내 ‘유통 공룡’ 중 하나로 평가받던 홈플러스가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MBK의 경영하에서 홈플러스는 서서히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전락해 갔습니다. 투자나 경영 개선보다는 알짜 점포와 부동산을 야금야금 팔아 치우고, 영업이익은 대출이자·배당금으로 몰아 홈플러스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로 거덜 난 상태입니다.
알짜 자산 빼내기로 재무·사업 기반이 수년간 훼손되며 급기야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MBK는 기습적인 법정관리를 추진하며, 투자자와 노동자·자영업자들에게 또다시 충격을 안겼습니다. 홈플러스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순차적 폐점 준비에 돌입하면서 직·간접 근로자와 입점주 등 약 10만 명은 생존권 위협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정치권은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를 추진한 것을 두고 ‘먹튀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책임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재발 방지법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후 국회에서 발의된 ‘MBK 방지법’은 총 8건입니다. 인수한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차입 경영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 순자산의 4배(400%)까지 차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MBK는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부채를 일으키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통해 제 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채 홈플러스를 사들일 수 있었죠. 향후 차입금 상환은 회사의 배당이나 자산매각으로 해결해 종국에는 기업의 경영 악화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순자산액의 2배로 축소하고, 투자목적회사(SPC)를 통한 자산거래나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방지 조치를 포함했습니다. 단,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존 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습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LBO 규제와 함께 기업 인수 후 최소 2년간 배당이나 자산매각, 자본감소 등을 할 수 없도록 해 단기 수탈을 차단하는 내용의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사모펀드의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도 눈에 뜁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에 적용되는 공시 관련 특례조항을 삭제하고, 공모펀드 수준의 공시 의무를 사모펀드에도 동일하게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사모펀드의 ‘깜깜이 운용’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입점 업체들의 피해에 초점을 맞춘 법안도 나왔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홈플러스 방지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입점업체가 상품판매대금을 직접 받아 임차료 등을 지불할 수 있도록 정산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대규모유통업자가 상품대금을 임의로 운용하지 못하도록 정산 기간을 단축하도록 했습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MBK 방지법’이 연이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순기능마저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모험 자본을 통한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만큼, 업권 전체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사모펀드 경영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안전핀을 도입하되 섣부른 규제가 자본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