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명의] "난청 방치 땐 치매 위험 최대 5배…인공와우로 일상 회복 가능"

2025-11-21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

청각 담당 '유모세포' 노화…큰 소리 원인

65세 이상 3분의 1 난청…보청기 껴야

난청 방치 땐 치매 위험 2~5배

보청기 소용없는 고도난청엔 '인공와우'

문일준 교수, 국내 인공와우 수술 20% 집도

눈에 노안이 오는 것처럼 귀도 늙는다. 그렇게 늙는 현상을 난청이라고 부른다. 난청은 대개 50대부터 발병이 시작돼 60대 이후로 갈수록 환자가 급증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노인성 난청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눈이 안 보이면 안경을 쓰듯 귀가 안들리면 보청기나 인공와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청각 재활’을 하지 않으면 생활의 불편을 넘어 소통 단절로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난청 환자의 보청기 착용률은 15~20%에 불과하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나이 들어 보이거나 장애인처럼 보일까 부끄러워하는 시선 탓이다.

'난청 명의'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교정 가능한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은 난청으로 밝혀졌다"며 "노인성 난청으로 보청기나 인공와우 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약 20.5%로,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청각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9시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는 문 교수가 출연한다. 그는 국내에서 시행되는 인공와우 수술 5건 중 1건을 집도하는, 현재 가장 열심히 난청 치료에 매진하는 의사다. 그에게 난청과 난청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노인성 난청, 치매 위험 2~5배 높여

나이가 들면 소리를 감지하는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가 퇴행성 변화를 겪는다. 유모세포는 큰 소리를 오래 들으면 손상되고,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아 난청으로 이어진다. 난청은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잘 듣지 못해 소통이 단절되면 치매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정상 청력군보다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교정 가능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청력 저하를 꼽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난청을 의심해 볼 만한 증상은 △다른 사람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 “뭐라고요?”라고 자주 되묻는 경우 △예전보다 TV 볼륨을 크게 올려야 잘 들리는 경우 △가족들이 “왜 이렇게 소리를 크게 틀어?”라고 지적하기 시작한 경우 △'삐-' 소리나 ‘쏴-’ 하는 이명(귀울림)이 자주 들리는 경우 등이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조용한 말소리에 해당하는 40dB 정도의 크기는 돼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청력이 떨어진 상태인 ‘중등도 난청’이라면 보청기 착용을 권고한다.

◇보청기 착용률 20% 안팎으로 저조

국내 난청 환자의 보청기 착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문 교수는 “연구 결과를 보면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 가운데 실제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5~20% 정도로, 5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며 “가장 큰 이유는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나이 들어 보이거나 장애인처럼 보일까 두려워하는 것. 안경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하면서 보청기는 가급적 숨기려는 문화가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특히 보청기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 본인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골라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개인별 청력도와 난청 유형에 따라 다른 보청기를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며 “정확한 청력검사와 전문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보청기를 찾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청기로 안 되면 인공와우 수술 고려

난청이 심화돼 옆에서 큰소리로 대화하는 정도인 70dB의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고도 난청’ 상태가 되면 보청기로도 말소리 구분이 어렵다. 이 때는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기능을 대신하는 전자 장치로 귓 속에 삽입한다. 문 교수는 “보청기는 망가진 달팽이관에 더 큰 소리를 넣어주는 개념으로 내 귀를 계속 사용하는 장치”라면서 “반면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직접 청신경에 전달하는 장치로 달팽이관의 핵심 기능을 전자기기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은 귀 뒤쪽을 최소 절개한 뒤, 달팽이관 안에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 교수는 “과거보다 절개 범위가 크게 줄어 흉터 부담이 적고 성인은 약 50분, 소아는 30~40분 정도면 수술이 끝난다”며 “수술 후 일시적인 어지럼증이나 미각 이상이 약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 후 청력 회복 효과는 상당하다. 문 교수는 “대개 70dB 이상이던 청력이 25~30dB까지 회복된다”며 “정상 청력 범위(0~25dB)의 하한선까지 올라오는 수준이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 피하려면 “큰 소리 피해라”

난청을 예방하려면 큰 소리를 피해야 한다. 청각을 담당하는 유모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어폰으로 큰 소리를 장시간 듣거나,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귀 보호 없이 일하면 영구적인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교수는 “이어폰 볼륨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고,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귀마개 등을 사용하며, 장시간 소음 노출 시 중간중간 귀를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뇨·고지혈증·고혈압 등 혈관 질환을 관리하고, 채소·과일 위주의 항산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전신 혈류를 개선하는 것도 노인성 난청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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