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지라고 하면 여전히 “여유 있을 때 가끔 받는 사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료 현장과 임상 연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사지를 통증·스트레스 관리에 활용해 왔다. 최근 해외에서는 암 병동, 재활 병동, 수면 클리닉 등에도 마사지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사지를 매일 혹은 규칙적으로 받으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매체 더 가디언이 마사지의 효능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강조한다. 마사지는 특정 부위 근육만 푸는 게 아니라, 몸·마음·신경계를 함께 건드리는 ‘전체적인 자극’이라는 점이다.
① 몸이 먼저 반응한다: 통증·근육·혈류의 변화
미국의 한 암 전문 병원에서 환자들을 담당하는 터치 테라피스트 로코 카푸토는 “마사지를 받으면 내 몸을 다시 찾은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사지를 받으면 우리 몸은 ‘긴장 모드(교감신경)’에서 ‘휴식 모드(부교감신경)’로 전환된다. 심장이 조금 느리게 뛰고, 호흡이 깊어지며,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신경계가 재조정되는 것이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은 그룹에서 만성 통증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통증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견딜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느낌이 커지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12주간 마사지를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통증 강도와 일상 기능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놀라운 점은, 마사지가 끝난 후에도 최소 3개월 정도 그 효과가 이어졌다는 것. 허리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0회 정도의 세션 후에 통증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변화 폭이 더 컸다.
근육과 혈관에도 변화가 관찰된다. 한 연구에서는 다리 근육 운동 후 다리 마사지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근육 통증 감소와 함께 혈류 개선이 확인됐다. 흥미로운 것은 다리에만 마사지를 했는데도 팔 쪽 혈관 기능까지 좋아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것이 단순히 마사지한 부위만의 효과가 아니라, 전신 순환과 혈관 기능 전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한다.
다만 이런 효과가 손으로 직접 근육을 조작한 결과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안전하게 터치받는다’는 감정적 반응이 몸의 반응을 이끄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수의 연구자는 “둘 다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② 마음도 함께 달라진다: 스트레스·우울·‘사람다움’의 회복
마사지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의대 내과 교수인 칼라 쿠온 박사는 “마사지와 같은 긍정적이고 동의된 터치는 엔도르핀(몸에서 분비되는 천연 진통·기분 개선 물질)을 증가시키고, 불안과 우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손길을 통해 “나는 지금 안전한 공간에 있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전신 긴장이 낮아지고 마음이 진정되는 방향으로 신경계가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피로감이 줄어들며, 삶에 대한 ‘전반적인 안녕감’**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③ 매일 마사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일상 루틴’으로 바꾸는 법
현실적으로 병원·샵에서 전신 마사지를 매일 받는 것은 비용·시간 면에서 쉽지 않다. 다만 연구들을 보면, 주 1~2회 이상 일정 기간(예: 10회, 12주 등) 규칙적으로 받았을 때 몸과 마음의 변화가 분명하게 관찰된다. 즉, ‘매일’이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터치 자극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전문 마사지 + 셀프 마사지의 병행: 여건이 된다면 주 1회 정도 전문 마사지(병원·센터·샵)를 받고, 나머지 날에는 집에서 스스로 목·어깨·손·발을 짧게 풀어주는 루틴을 만든다.
셀프 마사지만으로도 루틴 만들기: 폼롤러, 공, 손가락 압박 등을 이용해 잠들기 전 5분 발 마사지/컴퓨터 작업 후 손·목 간단 마사지/두피 마사지로 하루 마무리 등 짧은 터치를 매일 반복해도 도움이 된다.
가족 간의 ‘건강한 터치’ 시간 확보: 아이와 함께하는 발 마사지, 어깨 주물러주기 등도 넓은 의미의 마사지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터치의 기술 수준보다, 서로 동의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따뜻한 접촉 자체”라고 강조한다.
물론 마사지가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급성 염증이 있거나 특정 혈관·혈액 질환이 있거나 암 치료 과정 중 제한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마사지의 강도·부위·방식에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통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먼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