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 정밀 스캔부터 221개 성능점검까지…‘현미경 검증’으로 중고차 시장 공략

2025-07-17

지난 15일 충남 천안 ‘SK렌터카 옥토옥션’ 경매회장. 화면에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차량 사진이 올라오자 알람음과 함께 낙찰 가격표가 5만 원씩 올라갔다. 소리가 멈추면 단 몇 초 만에 중고차의 낙찰과 유찰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찰나의 순간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머리를 감싸 쥔 채 추가 입찰을 포기하는 도매 협력사 직원도 눈에 띄었다.

이곳 경매장에 오르는 차량들은 대부분 SK렌터카가 직접 렌털 차량들로 운영한 차량들이다. SK렌터카가 직접 운영했던 차량인 만큼 사고 이력 등 과거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그간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중고차 시장 확산을 막았다”며 “구매자가 충분히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철저한 검증 과정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SK렌터카는 이달부터 국내 최초의 ‘원스톱 유통 플랫폼’인 오토옥션을 개장했다. 단순한 경매장이 아닌 차량 입고부터 성능 점검, 판금·도장, 실내 클리닝, 전기차 배터리 진단, 최종 품질 검수, 360도 VR 촬영까지 '상품화' 전 과정을 경매장 내부에서 처리하는 곳이다. 규모만 지상 4층, 지하 3층에 연면적 약 8만9000㎡(약 2만 7000평)로 국내 중고차 경매장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오토옥션의 핵심은 최신식 상품화 시설인 프루브 스테이션(PROOV Station)이다. 차량이 입고되면 △하부 스캔 △221가지 항목 점검 △외관 정밀 진단 △AI 기반 품질 분석 △판금·도장 △실내 클리닝 및 살균 탈취 △360도 VR 촬영까지 총 8단계의 정비 및 상품화 공정을 거친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하부 스캔 장비’다. 차량이 스캔 장비를 지나쳐가자 옆쪽에 위치한 화면에 점검하기 힘든 차량 하부의 모습는 물론 바퀴 안쪽의 상태까지 모두 노출됐다. 이 대표는 “차량 하부까지 점검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SK렌터카가 유일하다”며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부 사진을 통해 차량 하자 여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차량 성능점검 존에서는 23개의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이 성능점검 존으로 들어가면 사방에 배치된 카메라의 정밀진단을 통해 차량 외부진단이 진행된다. 차량의 하부를 촬영한 이미지와 성능점검 기록은 품질 분석실에서 최종 검토된다. 이곳에서는 AI 판독 결과와 전문가의 시각이 함께 반영돼 차량별 작업지시서가 확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부식된 타이어부터 외판 도장 범위까지, 데이터 기반의 상품화 작업이 이뤄진다.

프루브 스테이션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SK렌터카는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독일 인증기관 등과 협력해 전기차 잔존 수명을 측정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연식, 주행거리, 배터리 상태 등의 정보는 조작 불가능한 암호화 기반 데이터로 처리된 뒤, 모든 입찰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정보는 차량 유리에 부착되는 스티커로도 제공돼 실물 차량에서도 즉시 확인 가능하다.

SK렌터카가 차량 확인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실시간 라이브를 하는 '인스펙션 스튜디오'도 인상 깊었다. 차량을 전문 장비로 공중에 띄운 뒤, 경매 참여자가 원하는 부분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확인해준다. 차량의 문제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구매자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SK렌터카는 올해 말까지 회원사 1000개 확보, 출품대수 2만 대 및 낙찰률 70% 이상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는 물량 대부분이 SK렌터카 자체 차량들로 구성돼 있지만 향후 외부 거래 규모도 늘려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5년 계획에 따라 연간 10만 대 이상 차량을 출품하는 자동차 유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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