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캔 신화 어디로"…'곰표 밀맥주' 세븐브로이, 1년 7개월 만에 상폐 수순, 무슨 일?

2025-08-26

편의점 주류 냉장고를 가득 채우며 한때 ‘대세’로 떠올랐던 수제맥주 업체들이 줄줄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음주 트렌드 변화로 수요가 급감하자 상장 폐지나 법정관리로 내몰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1일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 상장공시위원회는 세븐브로이맥주에 대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1월 코넥스에 입성한 지 1년 7개월 만에 퇴출당하는 셈이다. 회사가 다음 달 11일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본격 진행된다.

2011년 출범한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손잡고 ‘곰표 밀맥주’를 내놓아 누적 6000만캔 판매를 기록하며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 상표 사용 계약이 종료되면서 제조사가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변경됐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레시피를 유출했다며 반발했고, 대한제분은 “정상적인 계약 종료”라고 맞서며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븐브로이는 지난 7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매출은 85억원으로 전년보다 31.6% 줄었고, 영업손실은 91억원으로 적자 폭이 오히려 46.8% 확대됐다.

세븐브로이와 함께 양대 수제맥주 기업으로 꼽히던 제주맥주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사명을 ‘한울앤제주(276730)’로 바꾼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됐다가 같은 해 11월 반도체 기업 한울반도체에 다시 매각됐다.

그러나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적자 행진은 멈추지 못했다. 상장 이듬해인 2022년 116억원 적자를 본 데 이어 2023년 104억원, 지난해 4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20억원의 손실을 내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올곧’, 벤처투자사 ‘KIB벤처스’ 등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어메이징브루잉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고, 대기업들도 수제맥주에서 손을 떼는 추세다. 오비맥주가 출범시켰던 KBC(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는 지난해 해체됐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2023년부터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영향도 있지만, 업체들도 단기 마케팅에만 집중한 전략도 지속력이 떨어진다"며 "일부 양조장이 지역 밀착형 모델로만 남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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