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통신판매업체(e커머스 셀러) 폐업 건수가 올해 7월까지 5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력 5년 이상의 장수 셀러 폐업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형 e커머스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상품을 공급하는 셀러들은 과실을 나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전자신문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월 폐업을 신고한 국내 통신판매업체 수는 5만314개다. 업종 별로 살펴보면 의류·패션(29.3%)이 가장 많았고 종합몰(22.3%), 기타(16.4%), 건강·식품(8.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 해 폐업 수가 10만개에 육박했던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보다 소폭 줄었지만 올해 또한 폐업 추세가 거세다.
연말까지 환산하면 올해 폐업 수는 약 8만6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허가(창업) 건수는 지난 5년간 매년 23만건 안팎을 일정하게 기록했지만 폐업 숫자는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폐업 셀러를 영업 기간 별로 분류하면 올해 1~7월 기준 업력이 5년 이상인 셀러 폐업 수는 6040개로 작년 동기 대비 19.4% 늘었다. 업력이 10년 이상인 셀러 폐업 또한 23.1% 늘어난 1960개로 역대 최대치다.
이같은 추세는 e커머스 성장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8% 껑충 뛰었다. 주요 e커머스 매출은 뛰었지만 과실을 나눌 소매업체들은 경기불황을 겪고 있다. e커머스 산업의 양극화, 플랫폼 PB 활성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 성장세가 지속된 점도 영향을 미친다. 값싼 중국발 해외직구 제품이 온라인 공산품 시장을 장악하면서 셀러들의 판매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심리지수는 줄곧 평균치인 100을 하회했고,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작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내수 시장이 점차 포화에 다다르면서 오프라인 유통에 이어 e커머스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e커머스 PB가 득세하면서 틈새 시장을 공략하던 작은 셀러들도 자리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