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미디어 산업 상생,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이 출발점

2025-08-25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홈쇼핑과 유료방송 간 송출수수료 협상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최근 유료방송 업계에서 제기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 요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현행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논란은 제11조 제3호의 모호한 '사업자간 합의' 조항이다. 모바일·인터넷 판매액 반영 범위를 사업자간 합의에 맡긴다는 이 조항은 실질적으로 협상의 지연과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를 양 사업자 간 주된 갈등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논란인 점은 홈쇼핑 판매의 구조적 특성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구매도 대부분 TV 시청을 계기로 발생한다는 점이 논란이다. 홈쇼핑 사업자들이 모든 방송에서 모바일 결제를 적극 유도하는 것을 고려하면, 모바일·인터넷 판매액 중 상당 부분이 TV 방송의 기여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사의 경우 거의 모든 방송에서 모바일 결제 유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 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청률 등 플랫폼이 제공해야하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대가 검증 협의체 운영 기준의 모호함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 18개(IPTV 3사, MSO 5사, 위성 1사, 개별 SO 9사)와 홈쇼핑 채널 17개 간 이론상 306개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상당수가 기한 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기준으로 대가 검증 협의체 대상을 선정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과기정통부가 '자체 기준'으로 일부만 선정한다는 현행 방식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가이드라인 개정의 핵심은 정보의 투명성 확보와 명확한 기준 설정이다.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가 모바일·인터넷 판매액 등 협상에 필요한 데이터를 상호 투명하게 제공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반영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또 채널가치유지비용, 인접채널 변경, 시청률 등 송출수수료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필수 고려사항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유료방송플랫폼도 시청률 및 시청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합리적인 기준 하에서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평가 지표 개발도 시급하다. 전통적인 TV 시청률 외에 모바일 앱 활성 사용자 수, 실시간 스트리밍 접속자 수 등 옴니채널 환경에서의 통합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크로스 플랫폼 측정 지표를 도입하여 변화하는 미디어 소비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통해 사업자간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가늠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상의 기준점을 명확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송출수수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홈쇼핑과 유료방송이 상생의 파트너로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 증진과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 yhkim1981@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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