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2주 만에 서울도 줄 섰다! 대구 명물, 서울에 도전장 [쿠킹]

2025-08-02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㉚ 주토피아 서울

‘재료도, 시설도, 진심도 세계 최고…한 판에 담긴 궁극의 피자’

STORY

“피자는 250g 남짓한 작은 반죽 위에 펼쳐지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최고의 식재료를 훌륭한 화덕에서 구웠을 때만 나오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저희가 선택한 식재료와 장비 그리고 노력은 세계 최정상이라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어요. 그 진심을 한 분이라도 더 느끼고 경험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피자의 고향과 다름없는 이탈리아 나폴리, 그곳에는 1984년 17명 피자 장인에 의해 설립된 ‘나폴리 피자 협회’(AVPN)가 있다. 재료는 기본이고 반죽 상태와 성형 그리고 화덕과 피자의 모양까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진정한 나폴리 피자’를 추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인증한 전 세계 피자집은 803곳으로, 한국에는 총 9곳이 있다.(2025년 7월 23일 기준)

안주민(42) 대표가 이끄는 피자 전문점 ‘주토피아’ 역시 지난 2020년 6월 25일 ‘831’번을 부여받고 협회의 일원이 되며, 단숨에 대구의 명물로 떠올랐다. 파리에서 요리를 배웠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나폴리 피자를 만들기 위한 화덕과 반죽기 등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하다는 현실에 부딪혔다. 그렇게 제대로 된 피자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나폴리로 떠난 안 대표는 자타공인 피자 마니아다.

“피자는 종합예술이에요. 토핑으로 올라가는 재료와 밀가루 반죽을 다룰 줄 아는 것은 당연하고, 화덕 속의 불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죠. 모든 과정을 배우는데 몸이 ‘썩는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었어요. 사실 피자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음식이라, 그 과정을 지금도 계속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5년간 나폴리에서 피자에 몰두한 그는 반죽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르나이오(Fornaio)를 거쳐 진정한 피자 요리사인 핏쨔욜로(Pizzaiolo)로 거듭났다. 이후 나폴리 현지의 유명 피자집인 아틸리오(Da Attilio)와 몬도(Mondo) 등을 비롯해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에 돌아왔다.

완벽한 나폴리 피자를 구현하고 싶어 거대한 화덕과 반죽기 등 피자와 관련한 기자재를 수입하는 것에서 출발한 안 대표는 2018년 대구에 첫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컨템포러리’라는, 기존 피자보다 더 만들기 까다로운,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남들과 똑같은 건 싫다’는 그의 개척자 정신이 발현된 순간이었다.

컨템포러리 피자가 어려운 이유는 ‘수분율’에 있다. 소화를 돕고 건강한 피자를 만들기 위해 반죽에 물을 많이 넣는데, 수분율이 높아질수록 반죽이 질어져 다루기가 극도로 까다로워진다. 그래서 반죽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핸들링이 가능하다. 안 대표는 이탈리아와는 물, 온도, 습도 모든 것이 다른 한국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피자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간 본 적 없는 다채로운 토핑에 완성도 높고 속이 편안한 피자로 주토피아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대구 현지는 물론이고 부산, 울산 등 경상도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왔고, KTX를 타고 오는 서울 손님도 상당했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주토피아를 찾아왔다.

지난 6월 11일, 좋은 피자를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두 번째 가게를 열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오픈 첫 주에는 과거 대구까지 찾아왔던 서울의 오랜 팬들이 매장을 가득 메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구 단골들이 서울 매장까지 ‘역으로 원정’을 오는가 하면, 한 달에 서너 번씩 찾는 열성 팬도 생겨났다. 덕분에 8월까지 주토피아의 예약은 모두 마감됐다.

주토피아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계속 머물지 않는, 진화하는 음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메뉴를 바꾸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피자의 심장인 ‘반죽’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의 식습관이 변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에 맞춰 저희 음식도 변화해야 해요. 반죽의 수분율을 높이면 소화가 잘되는 건강한 피자가 되지만, 그만큼 다루기 까다로워지죠.” 주토피아는 그 어려운 길을 택했고, 오늘보다 내일의 피자가 더 맛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해냈다.

“나폴리 현지에서 먹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피자, 더 완성도 높은 피자를 만들고 싶어 퀄리티에서는 단 하나의 타협도 하지 않고 최상의 재료만을 사용하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자랑스럽게 선보이고 싶었거든요. ‘진짜’를 더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안 대표는 장비 외에도 밀가루와 토마토소스 등 피자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1년에 1번은 반드시 이탈리아로 떠나 현지의 문화와 트렌드를 익힌다고.

자신의 이름 가운데 글자이자 이탈리아에서 애칭처럼 불렸던 ‘주’에 ‘천국’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를 더해 지금의 ‘주토피아’라는 상호를 떠올렸다는 안주민 대표. 그는 “손님들이 제가 만든 피자를 맛보는 동안 만큼은 천국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언제나 더 나은 피자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모두가 잠시나마 천국을 맛보시길 소망한다”라고 강조했다.

EAT

주토피아의 피자는 안주민 대표의 여정과 철학이 담긴 지도와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두 가지 스타일의 피자를 만날 수 있다. 하나는 15세기 후반에 탄생해 현재 나폴리에서도 유행 중인 전통 방식의 ‘루오타 디 카로(Ruota di Carro, 수레바퀴 피자)’다. 매우 얇고 부드러운 도우와 접시 밖으로 넘칠 정도로 크게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하나는 2000년대 초 이탈리아 북구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피자 스타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현대 나폴리 피자인 ‘컨템포러리(Contemporanea)’다.

주토피아의 컨템포러리 피자는 전통의 틀을 깨고 새로운 맛과 식감을 추구한다. 80~90%에 달하는 높은 수분율과 최대 120시간의 장시간 저온 숙성을 거친 반죽은 풍성한 공기층을 머금은 채 통통하고 높은 테두리를 자랑한다. 이는 반죽을 밀어서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분율이 높고 숙성이 잘 된 건강한 반죽이 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한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구름처럼 폭신하며, 씹을수록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편견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건강한 피자를 추구한다"는 대표의 말처럼, 최고의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만나 탄생한 '잘 만든' 피자는 오히려 속을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피자의 근본이자 기본과 다름없는 마리나라(Marinara)와 마르게리타(Margherita)는 주토피아의 가장 큰 자랑이다. 두 피자 모두 진한 풍미와 기분 좋은 산미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살레르노 지방의 산 마르짜노 토마토 소스를 사용해 건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마리나라의 경우, 마늘·오레가노·바질의 담백한 조합 위에 풍부한 식감의 깔라마따 올리브가 더해져, 맛과 풍미가 한층 깊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피스타치오가 함유된 이탈리아 전통 햄 모르타델라와 신선한 부팔라 치즈, 직접 만든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을 올린 ‘모르타델라 에 삐스따끼오(Mortadella e Pistacchio)’는 주토피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 중 하나다. 짭조름한 햄과 크리미한 소스가 침샘을 자극하는 가운데 오독오독 씹히는 피스타치오의 식감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특히 피스타치오가 지닌 견과류 특유의 고소함을 다채로운 변주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재미요소다.

마르게리타의 창의적인 변주처럼 느껴지는 ‘화덕에 구운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Pomodori arrostiti al forno a legna) 역시 강한 감칠맛과 완벽한 밸런스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덕에서 천천히 구워 단맛과 산미를 응축시킨 토마토, 크림처럼 부드러운 스트라차텔라 치즈, 향긋한 바질 페스토의 조합은 ‘좋은 식재료가 곧 최고의 레시피’임을 증명한다. 각 재료 본연의 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고 균형 잡힌 풍미를 선사한다.

김성현 푸드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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