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테헤란로. 한국 럭셔리의 정점 그 어디에 서 있는 곳.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번 출구를 나와 약 200m를 걸으니 유리 벽 너머로 차분한 우드톤 인테리어와 함께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장소가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 최근 ‘플렉시테리언’, ‘비건 뷔페’가 유행하는 사이 이곳은 오히려 ‘육류 특화’라는 키워드로 '미트 러버'들을 중심으로 강남의 미식 지도에 굵은 선을 그었다.

“한 번도 맛없는 양갈비 못 봤어요”…20년 그릴 마스터의 침묵 규칙
뷔페 한복판 열기가 아른거리는 오픈 그릴 스테이션. 320 ℃ 화덕 위에서 호주산 양갈비가 천천히 숨을 고른다. 기자가 받은 첫 접시 속 한 점은 표면은 크리스피, 속은 장미빛. 칼을 대는 순간 적당한 저항감과 함께 육즙이 번쩍인다. 한 입 넣자 짧은 침묵이 흐른다—‘이건 말이 필요 없는 맛’이라는 침묵이다. 20년 이상 경력의 그릴 마스터들은 말보다 온도계와 숟가락 하나로 대화한다. 고기 두께·지방 분포에 따라 3 ℃ 미세 온도 조절, 58 ℃ 레스팅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맛있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그들은 고개만 끄덕인다. 말이 많으면 오히려 불안한 거라는 눈빛이다.

LA갈비·토마호크·채끝 등심…소모량이 증명하는 무게감
새벽 공급 라인을 타고 들어온 신선육은 당일 소진 원칙. LA갈비 양념장은 20년째 동일 레시피—간장·매실·청양고추 비율이 바뀌면 매장 전체가 떠는 날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1 kg이 넘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한 덩어리로 구워내 시각적 볼륨감을 선사하고, 숙성 채끝 등심은 표면 크러스트를 지켜낸 채 즉석 재그릴로 온도를 살려낸다.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퀄리티 검증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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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별실, 50인 단체석…공간이 들려주는 프라이버시
“강남에서도 이만한 프라이버시는 드물다.” 그랜드 키친이 20년 넘게 ‘고기 명가’로 불리는 데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호텔 뷔페 중 드물게 11개의 별실을 갖춰 4인 소규모 미팅부터 50인 연회까지 한 번에 수용한다. 특히 이곳엔 20년 이상 경력의 시니어 서비스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육류 컷팅부터 와인 페어링, 생일 케이크 세레모니까지 한 테이블에서 모두 해결한다. 덕분에 단체 회식·돌잔치·상견례 같은 특별한 날, 장소를 옮기지 않고도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많이’보다 ‘제대로’…비싼 값표 뒤에 숨은 가심비
평일 런치 17만3000원·디너 19만8000원, 주말 런치·디너 19만8000원. 20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프리미엄 뷔페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비싼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접시에 담긴 150g의 양갈비를 프리미엄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주문하면 8~10만 원이 훌쩍 넘는 요즘 ‘무제한’이 아닌 ‘프리미엄 무한’이라는 새로운 가치 코드가 생긴다. 이 정도면 강남에서도 꽤 ‘심플 럭셔리’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를 나서면서 문득 든 생각—여기서는 ‘가격표’보다 ‘한 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