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열풍 꺼진 NFT 서비스 못 버리는 까닭

2025-08-27

[비즈한국] 최근 KB국민은행이 전자지갑 내 대체 불가능 토큰(NFT) 지갑 서비스를 새 단장했다. NFT 열풍이 꺾이면서 시장이 위축됐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NFT 지갑을 운영하며 활용 방안을 찾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을 잇달아 내고 정부 차원의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시도가 이벤트성을 넘어 디지털 자산 사업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이 8월 26일 전자지갑 내 ‘KB NFC’ 서비스를 ‘KB NFT 지갑’으로 개편했다. NFT 지갑이란 NFT를 보관·발행하거나 NFT 마켓과 연결해 구입·판매할 수 있는 수단을 뜻한다. 국민은행의 NFC는 플랫폼 내에서 이미지·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서비스로 NFT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NFC라는 이름으로 NFT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운영해왔는데, NFT 지갑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면서 기존 기능을 개편·통합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명칭을 명확하게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NFT 열풍이 식으면서 국내외 NFT 마켓은 문을 닫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는 추세다. 투자 가치가 낮아지면서 NFT 거래 규모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서 NFT 지갑 운영을 이어가는 건 향후 디지털 자산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은 은행 앱에 탑재한 전자지갑에서 NFT 지갑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발행한 NFT를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신규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은행이 지급한 NFT는 현금성 재화로 바꾸거나 외부 마켓에 판매할 수 없다. 은행앱 내 NFT 지갑의 기능은 이벤트로 받은 NFT를 보관하거나 이용자끼리 공유하는 정도다.

국민은행은 고객 초청 행사나 경품 추첨 등에 NFT를 활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NFC 출시 때부터 경제적 가치를 두거나 거래하는 기능은 넣지 않았다”며 “자사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티켓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8월 20일까지도 우수고객에게 프로 골프대회 갤러리의 초대권을 NFT로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2월 자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리뉴얼한 NFT 지갑을 공개했다. 지갑에는 NFT 발행·합성, 아트 만들기, 티켓,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눈에 띄는 건 커뮤니티 기능이다. 우리은행 지갑에서 NFT를 보유한 이용자는 자신의 NFT를 게시판에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의 반응을 볼 수 있다. SNS처럼 은행 앱에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지갑 활성화를 위해 NFT 게시글 중 많은 반응을 받은 상위 이용자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iM뱅크는 2024년 4분기 NFT 지갑인 ‘라임월렛’을 출시했다. 시중은행 전환 후 차별화 방안으로 도입한 서비스 중 하나다. 지난 3월에는 독일 디자인 공모전 2025 ‘iF DESIGN AWARD’에서 라임월렛으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iM뱅크는 라임월렛을 대학교 학사 관리 서비스와 연계하는 등 활용처를 확대하러 나섰다.

하지만 NFT를 향한 관심이 줄면서 은행의 NFT 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업체 헥슬란트의 ‘오하이월렛’과 제휴를 맺고 NFT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2023년 1월 이후 아무런 공지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NFT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대학교 기부를 제외하면 모두 일회성(​지갑 최초 가입, 신한인증서 가입)에 그친다.

iM뱅크는 라임월렛 오픈 당시 마이데이터 연계 이벤트를 진행한 이후 별다른 모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라임월렛 자체에서 NFT를 발행하거나 보유한 NFT를 다른 이용자에게 보낼 수 없는 데다, 은행 서비스와 연계하지 않아 은행 고객이 NFT 지갑을 활용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NFT란 콘텐츠 소유권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로 증명하는 기술이므로 유무형 자산 거래에 사용하는 등 응용할 분야는 많다”면서도 “문제는 NFT가 보편화해야 활용이 가능한데, 현재로선 어렵다. 만들어 놓은 기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NFT 사업 부진에도 여전히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향한 관심을 보인다. 올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스테이블 코인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금융지주 수장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최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이 미국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는 등 법제화 움직임이 보이자 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사업 확대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iM뱅크, 우리은행과 협업한 두나무의 블록체인 계열사 람다256의 허명 전략사업실 팀장은 “은행권의 NFT 지갑 운영 사례는 디지털자산 및 웹 3.0(지능화·개인화한 맞춤형 웹) 산업에 전통 금융이 대비한 것을 보여준다. 아직은 프라이빗 네트워크 내에서만 NFT 서비스를 하고 있어 확장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도 법제화와 정부의 정책 마련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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