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기가 사회 문제로 번지자, 은행권이 앞다퉈 ‘소비자 보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피해 보상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담 창구 신설과 인공지능(AI) 기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까지 도입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KB스타클럽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는 보험을 무료로 제공 중이며 해당 보험을 신청·가입한 고객은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피해액의 70%를 보상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에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을 장착해 월평균 1000건 이상 피해를 사전에 막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FDS를 한층 고도화했다.
인터넷은행들도 가세했다. 토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업계 최초로 안심보상제를 도입해 금융·중고거래 사기 피해 구제에 나섰고, 지금까지 총 51억원을 지원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위조 신분증 탐지와 휴대폰 명의 도용 방지 기능을 도입했고, 케이뱅크는 명의 도용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대포통장 의심 계좌를 24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장 직원들의 대응 경험을 모아 피해 예방 사례집을 발간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전국 652개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안심지킴이 창구’를 설치했고, IBK기업은행은 오는 10월 KT·LG유플러스와 손잡고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통신사의 통화 패턴과 은행 거래 데이터를 결합해 위험 거래를 실시간 차단·안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여전히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피해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령층과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으며, 대포폰 개통, 위조 신분증, 원격조종 앱 등 신종 수법이 끊임없이 등장해 기존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불법 추심, 보이스피싱 등을 제도적으로 막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금융 정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에는 금융위원회·경찰청·통신사 등이 참여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구축 계획도 발표됐다. 금융·통신·수사 정보를 통합해 사기 계좌를 조기에 막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세운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