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급한데…' 200조 부채 한전의 '눈치게임'

2025-08-25

[비즈한국]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재무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의 부채총액은 200조 원이 넘어 어지간한 규모의 흑자로는 개선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실적 상승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전기요금 인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매출 46조 1741억 원, 영업이익 5조 889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43조 7665억 원, 영업이익 2조 5496억 원에 비해 개선된 실적이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몇 년간 누적된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한전 스스로도 “연료 가격 안정과 요금 조정, 자구 노력 등의 영향으로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8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면서도 “2021년 이후 누적된 28조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해소하는 등 실적 개선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전은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205조 445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06조 2323억 원으로 늘었다. 부채가 200조 원이 넘다 보니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 2113억 원에 달한다. 다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96.69%에서 올해 6월 말 472.28%로 24.41%포인트(p) 감소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탈한전’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전의 산업 부문 마진은 2024년 9조 6000억 원에서 2030년 8조 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솔루션은 “산업용 전기 수요는 경제성장률 감소 및 제조업 경기 부진 등에 따라 정체현상을 겪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및 RE100 대응 차원에서 기업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생산자와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직접 PPA가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PPA를 이유로 한전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산업용 대형 전력수요처에서 전력 직접구매 확대 추이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동안 주택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결과 한전을 우회해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으로 LG화학, SK어드밴스드는 전력 직접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대형 고객 이탈이 지속될 경우 한전의 매출 하락 및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실적 회복을 위해서라도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류제현 연구원은 “요금 인상이 없다면 한전의 실적 개선 모멘텀은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전 스스로도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재정건전화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요금현실화, 구입전력비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조정은 한전이 요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다르게 말하면 정부가 반대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로, 이재명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김동철 사장을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체코 원전 수출 계약과 관련해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8월 19일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기술 주권을 내팽개치고 막무가내식 매국 행위를 했다”며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책임을 묻고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14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면으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시간을 두고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그 시점을 내년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및 현금흐름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르면 2026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핫클릭]

· [이주의 책] 반려인을 위한 '재난 대비 생존북 개 고양이와 함께 살아남기!'

· '마지막 퍼즐은 래미안' 삼성물산,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자 선정

· GS건설, '알짜 자회사' GS이니마 매각 결정…유동성 '숨통'

· [단독] 대성마이맥 개인정보 113만 건 유출, 행정법원 "6억 원대 과징금 적법"

· 임마누엘 인수 1년 '매드포갈릭' 리브랜딩 중 줄줄이 폐점, 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