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무덤, 직접 지어봅니다···‘축조 재현 실험’ 최초 공개

2025-10-30

목조 구조물 세운 뒤 덧널 만들고 돌 쌓아

‘쪽샘 44호분’ 현장서 내달 1일까지 설명회

“고대 무덤이 다시 복원되는 현장에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한국의 고고학 연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경북 경주시 황오동 쪽샘유적발굴관 ‘쪽샘 44호분 축조실험 설명회’에서 30일 만난 콤롬비아 국적의 카밀로씨(31)가 커다란 나무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고 높이 3.2m에 달하는 이 나무기둥은 신라 고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 축조공정에 사용된다. 총 21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이 무덤은 현재 8단계 축조공정이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는 카밀로씨는 “신라의 왕관에 대해 관심이 많아 동료들과 휴가를 내 경주를 여행 중이다”며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등을 복원한 모습을 보니 한국이 고고학에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알려진 ‘쪽샘 44호분’ 복원 현장이 시민들에게 최초로 공개됐다. APEC 정상회의에 맞춰 진행되는 축조실험 설명회는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진다.

쪽샘 44호분은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말다래를 비롯해 유물 800여점이 출토된 신라 대표 고분이다.

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연구소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발굴과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무덤 축조의 전 과정을 복원했다. 지난해부터는 10년간 조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축조 과정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고고학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여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무덤 주인공의 시신과 부장품이 안치된 덧널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축조실험은 목조구조물을 세운 뒤 무덤 주인공의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한 2중의 덧널 일부를 만들고, 주변으로 돌을 쌓는 과정까지 진행됐다.

덧널은 발견된 위치 그대로에 자리한 덕분에 무덤 주인인 키 130㎝에 10살 안팎의 어린 공주가 누운 자리를 가늠케 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미향씨(69)는 “고분은 막연히 큰 무덤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고대인이 이렇게 큰 무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직접 보니 더 놀랍다. 이 복원이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마다 열린다. 쪽샘 44호분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학예연구사와 연구원이 직접 해설을 맡는다.

참가자들은 덧널·목조구조물·돌무지 등 주요 시설의 축조 과정과 사용 도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제 출토 유물도 관람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1600년 전 신라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고학의 수준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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