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5월 26일

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충청권을 방문했습니다. 이 후보는 ‘충청의 사위’를 강조하며 제2서해대교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등 지역발전을 약속했습니다. 김 후보는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옥천 생가를 찾아 보수세 결집에 주력했습니다. 충청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곳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4.23%포인트 차로 신승했었습니다.
26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나란히 충청을 찾은 두 후보의 사진입니다. 요즘 후보 유세사진이 넘치다보니 한 장 한 장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익숙하고 흔해서인지 오히려 1면에서 냉대를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쓰지 않았는데도 자주 쓴 것 같은 느낌도 있고요. 대선 시국에 가장 중요한 사진이지만 매일 1면에 쓸 수는 없어서 대선 일정의 흐름 속에서 적절하게 한 차례씩 쓰고 있습니다.
■5월 27일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위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추격세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에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질 것인지,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는 성사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2명에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가 45%, 김문수 후보가 36%, 이준석 후보가 10%를 얻었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선거의 주요 변수이지만, 이 후보는 “가능성 제로”라며 단일화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대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사전투표관리관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장면입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관련 사진이 아니고선 1면 후보의 자격을 얻기가 참 어렵습니다. 근사한 풍경 사진도, 큰 사건 사진도, 눈에 띄는 외신사진도 ‘대선’ 앞에선 쪼그라들고 맙니다. 1면에 외신사진을 쓴 지가 언제였나 가물가물합니다.
■5월 28일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렸습니다. 후보들은 자신에게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주권을 회복하고 내란을 극복하는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방탄독재’는 처음 들어본다”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치교체와 세대교체, 시대교체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당신의 삶도 바뀔 수 있다고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후보들은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 후보 공격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때리기’로 일관했습니다.
1면 사진은 세 번째 토론이자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한 네 후보의 사진을 붙여서 썼습니다. 이날 후보들은 선거운동 일정을 잡지 않거나 최소화한 채 토론 준비를 했습니다. 유세사진이 없으니 토론사진을 주요하게 써야했습니다. 보통 생중계되는 토론에 앞서 사진기자를 위한 포토타임이 주어집니다. 대개 스튜디오 중앙에 모여 손을 엇갈려 잡고 웃지요. 언제부터 이런 사진이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후보들은 자연스럽게 이 포즈를 취합니다. 생방송 전에 사진기자들이 스튜디오에서 빠지다보니 네 후보가 발언을 하는 모습보다 방송을 기다리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다소 맥이 빠진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정을 줄이고 토론 준비에 매진했건만 정작 ‘토론’은 없고 ‘비방’만 난무한 그런 토론이었습니다.
■5월 29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29일부터 이틀간 실시됩니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사전투표 첫날 투표를 하겠다며 지지층을 향해 투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내란 종식”을 강조하며 “총보다 투표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이들을 향해 “걱정 말고 찍어야 한다. 지금 한 표가 아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1면 사진은 이재명 후보의 서울 유세와 김문수 후보의 경북 유세 사진을 나란히 썼습니다. 애초에 사전투표소 설치·점검 사진을 1면 후보로 내세웠습니다만, 그 다음날 사전투표 하는 장면을 1면에 쓸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사전투표소 설치보다, 후보 사진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모레 신문 1면에 무슨 사진을 쓸 것인지가 아주 높은 확률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내일자 1면 사진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5월 30일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68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19.58%로 집계됐습니다.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869만1711명이 참여해 사전투표 첫날 기준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직전 최고치인 2022년 20대 대선의 17.57%보다 2.01%포인트 높았습니다. 이날 투표율은 처음 집계된 오전 7시 기준 1.21%를 시작으로 매 시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34.96%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13.42%로 가장 낮았습니다. 서울은 19.13%, 경기는 18.24%였습니다.
사전투표 ‘첫날’에 ‘역대 최고’면 길게 늘어선 투표 대기줄 사진이 제격입니다. 1면 사진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시민들이 투표소 앞에 줄지어 서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줄이 길었지만 앵글 안엔 일부만 들어왔습니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전후로 대거 몰리는 ‘소공동주민센터’는 대선과 총선 사전투표 사진의 ‘맛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