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과자 달고나와 치유농업

2025-07-21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한 과자 '달고나(뽑기)'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선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어릴 적 거리의 달고나 장수 앞에 줄을 서서, 철판 위에서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며, 눌러진 별이나 우산 모양을 바늘로 조심스럽게 긁던 그 순간의 손끝 떨림. 달고나는 많은 한국인들의 유년기 감각을 자극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 소박한 과자는 드라마의 극적인 장면 속에서도 따뜻한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달고나 키트, 달고나 라떼, 관련 굿즈 등이 쏟아졌고, 해외에서도 이를 변형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필자는 최근 대만의 한 유명 제과회사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견학객을 위해 특별한 과자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달고나와 유사한 형태였다. 비스킷에 다양한 동물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것을 부서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장면에서 착안한 것으로, 현지 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예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달고나를 자사 제품 특성에 맞게 변형·활용한 사례다.

달고나는 이처럼 비즈니스 현장에서 창의적으로 활용되고 있듯이 치유농업에서도 우리 전통 간식이나 놀이를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콘텐츠의 다양성과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달고나의 경우도 치유농업 프로그램 측면에서 접근하면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추억’은 치유의 시작점이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무의식 중에 우리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령자나 치매 초기 환자에게는 과거의 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이 기억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일부 농촌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옛 간식을 만들며 회고적 대화를 나누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달고나는 그중에서도 간편하고 안전하게 구성할 수 있는 대표적 체험 도구다. 설탕의 달콤한 맛, 녹아가는 향, 손끝의 열기 등은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운다. “나 어릴 땐 별 모양이 제일 어려웠지”라는 말 한마디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정의 교류가 시작된다.

둘째, ‘손을 사용하는 감각 활동’은 정서 안정에 효과적이다. 달고나는 단순히 먹는 간식이 아니라 오감을 사용하는 체험물이다. 설탕을 녹이고, 부풀게 만들고, 틀을 찍고, 조심스레 긁어내는 모든 과정은 집중력을 요구하며 자연스레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치유농업이나 수공예 치유에서 흔히 사용하는 ‘주의 집중 기법(focused attention task)’과 유사하다. 특히 스트레스가 높은 청소년이나 도시민들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심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유효한 활동이 된다.

셋째, 달고나는 농산물과 연계한 ‘농업 기반 치유 콘텐츠’로 확장 가능하다. 최근 일부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전통 간식을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 농산물 소비와 정서 치유를 함께 실현하고 있다. 예컨대 유기농 설탕과 지역 특산물인 유자나 계피를 첨가한 ‘건강한 달고나 만들기’는 치유농업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다.

물론 달고나는 당분이 높아 당뇨나 혈당 조절이 필요한 참여자에게는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달고나를 ‘완제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경험’ 자체가 치유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체험자들은 그 과정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고, 손끝의 긴장을 풀며, 작은 성공의 기쁨을 느낀다. 이는 치유농업이 추구하는 ‘일상의 회복’과 맞닿아 있다.

달고나는 한 세대의 추억이며, 손끝에서 완성되는 달콤한 세계다. 이처럼 전통 간식이나 놀이는 감각과 기억, 공동체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치유의 자원이다. 이를 치유농업 환경과 대상자에 맞춰 적절히 재구성한다면, 치유농업의 효과를 한층 풍부하게 높일 수 있다.

한 세대의 기억이며, 손끝에서 완성되는 작고 달콤한 달고나처럼 우리의 전통 놀이와 간식 중에는 우리의 감각과 기억, 공동체적 감성이 녹아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은 치유농업 환경과 대상자에 맞춰 적절히 재구성한다면, 치유농업의 효과를 한층 풍부하게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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