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장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정치권과 업계 전반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야 국회의원과 케이블TV·IPTV·홈쇼핑·위성방송 등 주요 사업자 단체가 모두 참석해 규제 완화와 진흥책을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유료방송 시장 위기 심화에 따른 규제개선 및 진흥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한국IPTV방송협회·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KT스카이라이프가 후원했다.
발제를 맡은 박성순 배재대 교수는 “산업 자율성과 시장 활성화 없이 세부 제도 개선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케이블, IPTV, 홈쇼핑 등 유료방송 핵심 업종을 모두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자 감소와 광고 위축 △콘텐츠 사용료 및 송출수수료 갈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인한 시청 패턴 변화 △규제 불균형 등을 구조적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실장은 “케이블TV는 지역채널 의무 운영 등 고유한 공적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사업 구조와 서비스 선택권이 각종 규제로 제약받고 있다”며 법체계 전반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제안했다.
이희승 한국IPTV방송협회 국장은 “글로벌 OTT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만 규제에 묶여 있다”며 산업 지속성을 위한 규제 혁신을 촉구했다. 손지환 KT스카이라이프 팀장은 “위성방송은 전국 단위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며 진입·요금·광고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서우람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 실장은 “홈쇼핑은 유료방송 재원의 뿌리지만 30년간 단 한 번도 규제 완화가 없었다”며 “과도한 규제를 풀고 동일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규제 형평성 확보와 함께 매체별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제작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요금 현실화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 구조 개편과 규제 완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항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광고·가입자·수신료가 동시에 줄어드는 상황은 매우 절실한 상황으로 큰 틀에서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과장은 “재허가·재승인과 요금·약관 규제 완화, 채널 구성·개편 자율성 확대, 분쟁 시 제3기관 데이터 검증 절차 마련 등 세부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며 “국정철학과 거버넌스 개편 논의에 맞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