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빙그레·매일유업 제품 사라져…홈플러스 '손절' 사태 다시 이어지나

2025-05-27

[비즈한국] 홈플러스가 17개 점포 해지를 통보한 이후 식품업계가 홈플러스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빙그레가 홈플러스에 납품 중단을 결정했고, 매일유업도 대형마트 채널 중 홈플러스에만 결품 등을 이유로 제품을 정상 공급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점포 수가 줄어들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고, 대기업의 이탈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제품 매대엔 ‘매진’ 안내문

26일 찾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는 유제품 판매대 곳곳에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빙그레, 매일유업의 제품이 정상적으로 납품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의 우유 제품 코너는 텅 비어 있었고, 요거트 제품도 재고가 없어 구매가 어려웠다. 빙그레의 우유, 요거트 제품 코너에도 ‘매진’ 안내문이 붙었고, 소량의 재고만 남아 있었다. 직원들은 텅 빈 매대를 채우기 위해 타사 제품을 빙그레 제품 판매대에 진열하기도 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빙그레는 홈플러스에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매일유업도 결품 등을 이유로 홈플러스에 제품을 정상 공급하지 않고 있다.

빙그레 측은 “5월 24일부터 홈플러스 전 점포에 납품을 중단했다. 홈플러스와 거래 조건 관련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중단된 상황”이라며 “납품 재개 시기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식품업체들이 제품 납품 중단을 검토한 바 있다. 빙그레도 당시 이를 검토했으나 정상 납품해왔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함에 따라 결국 납품 중단 결정을 내린 분위기다.

매일유업의 제품도 현재 홈플러스에서 재고 부족으로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빙그레보다 앞서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매일유업 측은 납품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납품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내부사정으로 인한 일시적 결품으로 인해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와 달리 이마트, 롯데마트에는 매일유업 제품이 정상 납품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3월 20일 서울우유의 납품도 중단된 바 있다.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와 대금 지급 절차를 두고 이견이 생기자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납품 중단 43일 만인 지난 2일부터 제품은 다시 정상 납품되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회생채권 외 홈플러스 채권은 정상적으로 정산되고 있어 홈플러스와의 협의 결과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 납품이 재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식품업체가 다시 홈플러스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 중단을 검토 중인 업체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아무래도 홈플러스의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홈플러스의 자금 유동성이 더욱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가 대기업에는 현금을 지급하는 상황인데, 유동성이 악화하니 업체들이 하나둘 납품을 중단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최대 17개 점포 폐점 가능성 ‘대기업 줄줄이 물건 뺄 수도’

홈플러스는 14일 임차료 조정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대상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이다.

홈플러스는 총 126개 점포 중 68개 점포를 임차 계약 형태로 운영 중이다. 그 중 임차료 협상 대상 점포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점포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폐점이 확정된 점포 등 7개를 제외한 61개다. 홈플러스는 61개 점포의 건물주들과 임차료 감액 협상에 들어갔고, 이 중 17개 점포 건물주가 협상에 임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측은 MBK파트너스가 17개 점포의 임대차계약 해지 신청을 한 것을 두고 ‘기업 해체의 전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점포 수가 축소되면 구매 협상력이 약화하고, 시장 점유율 감소로 이어져 결국 기업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근본적으로 점포 수가 줄면 구매력이 줄다 보니 브랜드들이 공급가를 인상하게 되고,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기가 어려워진다.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대기업은 ​홈플러스에서 점점 ​​물건을 빼게 될 것”이라며 “결국 유통에서 가장 기본인 ‘가격’과 ‘구색’에서 모두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 폐점 점포가 늘어남에 따라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메이저 대형 유통업체로 가는 길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계약 해지를 통보한 17개 점포의 폐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1개 점포와 임대료 재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 기간이 연장된 곳이 17개 점포다. 협상을 시작하고 30일 이내 해지통보를 하거나 해지권을 쓸 수 있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며 “최대 17개 점포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상 관련 노력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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