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사촌 이재현 업고 '본업 집중' 본격화

2025-05-29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물류망을 활용해 이커머스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년째 적자를 이어온 SSG닷컴의 핵심 자산인 김포 물류센터 매각을 통해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며, 수익성 중심의 '본업' 강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김포 물류센터 매각을 목표로 CJ대한통운과 협의하고 있다. 해당 센터는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네오002'와 '네오003'으로, SSG닷컴 새벽배송과 프리미엄 식품 배송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최근 공시한 2025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해당 자산을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분류했다. 장부가는 1892억원 수준인데, 업계에서는 실거래가가 2000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매각 일정이나 매수자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김포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회계상 공시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아직 매각 시점이나 대상이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현재 CJ대한통운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추진은 온라인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2018년 출범한 SSG닷컴은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매년 손실을 봤다. 지난해 기준 SSG닷컴은 727억원, G마켓은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온라인 부문 전체에서 약 14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복원하는 한편, 온라인 부문은 '선택과 집중' 기조로 정리해왔다. 이번 김포 물류센터 외에도 SSG닷컴이 구축한 오포 첨단 물류센터 운영권 역시 CJ 측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협의를 통해 SSG닷컴의 물류망 일부를 수용하게 되면, CJ대한통운은 쿠팡과의 경쟁에서 또 한 번의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미 G마켓의 '스타배송', 주7일 배송 서비스 '오네(O-NE)' 등으로 자체 물류 브랜드를 확대해온 만큼, 신세계와의 협업이 추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은 지난해 6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물류, 멤버십, 콘텐츠 등 다방면의 협업을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역시 양측 총수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촌 동맹'이 작동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물류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식료품 특화 매장 및 오프라인 인프라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에는 푸드마켓 고덕점을 개장했고, 하반기에는 인천 구월 트레이더스 매장도 오픈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은 CJ대한통운을 물류 파트너로 삼아 온라인 부문의 고정비를 줄이고, 그룹의 본업 경쟁력을 재정비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이번 김포 물류센터 매각은 단순한 자산 정리 이상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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