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제재로 특수를 누렸던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전략 물품 반출 금지 조치로 부메랑을 맞았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항공기 서비스업체 AVMAX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러시아 야쿠티아항공과 오로라JSC에 총 항공기 3대를 임대했다. AVMAX는 전쟁 발발 이후 항공기 회수를 요구했으며, 두 회사와의 계약은 모두 지난해 만료됐지만 러시아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항공기 서비스 업체 에어워크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회사에 임대했던 보잉 757 화물기 6대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에어워크는 단 한 대의 항공기만 돌려받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이로 인해 에어워크는 회사의 자산을 상각했으며 손실을 보험금으로 메우기 위해 보험사와 오랜 소송을 벌여야 했다.
중국 회사들이 항공기를 돌려받지 못한 것은 러시아가 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자 국외 반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행 항공, 중국개발은행 금융 리스 등 다른 중국 임대 회사도 러시아에서 일부 항공기를 회수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하고 보험금을 받았다.
손해는 항공기 임대 사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일련의 상품이 러시아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기계 및 전자 제품과 같이 우크라이나에서 서방 세력이 잠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의 반출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인 중국·유럽 고속철도 물류 사업도 이 조치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화물 운송업체에 따르면 최소 1000개의 컨테이너가 압수됐다. 일부 화물은 합법적인 절차 없이 러시아 당국이 가져가 돌려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중국에 본사를 둔 화물 운송 회사 중 상당수는 러시아 당국이 이미 대량의 화물을 압수한 지 몇 주가 지나서야 규칙 변경 소식을 접했다.
이로 인해 철도를 통해 운송되는 총 화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중국철도컨테이너운송공사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유럽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감소했다.
블리다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 열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러 양국의 우호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다. 전쟁 이후 정상회담에서 ‘무제한 우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계속 과시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생긴 러시아 시장의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메우며 이득을 봤다고 전해진다.
기업들 속사정은 다르다. 중국 기업인들은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서방 제재를 피해 러시아 금융기관을 이용해야 해 번거로움을 겪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금 지급이 걸핏하면 밀리는 등 불합리한 사업 관행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왕웨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제한적 경제 협력을 유지했으며, 확립된 법체계를 갖춘 서방의 시장경제를 선호해 왔다”며 “러시아의 경제적 사고방식은 시장경제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SCMP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