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신보 건전성 ‘빨간불’…“정부 출연금 추가 투입해야”

2025-05-06

영세농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해온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증 잔액은 확대됐지만, 이를 떠받칠 재정기반이 빠르게 약화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출연 확대와 제도 전반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운용 현황과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농신보의 운용 배수는 2014년 4.1배에서 2024년 17.3배로 급등했다. 적정 기준(12.5배)을 넘어 법정 기준(20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보증 잔액은 10조1471억원에서 17조9913억원으로 77.3% 늘었지만, 기본 재산은 2조4513억원에서 1조382억원으로 57.6% 줄었다. 보증규모는 늘었지만, 담보 능력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농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농민에게 자금 조달의 통로 역할을 한다. 특히 경영자료 확보가 어려운 영세농들은 농신보 보증을 통하지 않고는 금융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운용 배수 급등은 외부 충격과 내부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농경연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속된 고금리, 원유·비료·사료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내부적 요인으로 보증 대상은 확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 보강은 뒤따르지 않는 점이 꼽혔다. 농신보는 이용률 제고를 위해 2019년 농어촌융복합산업 자금 등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2018년에는 전액 보증 한도 확대와 보증료 인하도 단행했다.

하지만 정부는 농신보 기금이 안정됐다는 이유로 2014년 이후 총 1조6000억원의 출연금을 환수했다.

공급 여력 제한은 청년농의 진입장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운전자금 보증이 기존 이용자를 중심으로 쏠리면서 보증 혜택의 불균형문제도 불거졌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신보 보증 혜택이 장기 이용자에게 쏠리면 신규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제약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농업법인에 대한 보증 축소 역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농신보는 부실률 관리를 위해 법인심사제도를 강화하고 개인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농산업에서 법인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법인에 대한) 보증 지원 축소는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기금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기본 재산 확충이 제시된다. 운용 배수를 적정 수준인 10∼12배로 낮추기 위해선 4000억∼7000억원의 정부 출연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출연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농신보는 기금이 악화한 이후에야 정부 출연이 이뤄지는 구조지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은 경기 상황과 보증 수요 등을 반영해 사전에 출연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보증 갱신 제도개선도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는 부실 가능성이 큰 이용자에 한해 상환을 유도하고 있으나, 일반 이용자에 대해서도 조건부 상환 유도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후계농 등 실질적 영농 주체에 대한 보증 확대와 함께 농업법인의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심사 기준 마련도 요구된다. 고령농과 상속인을 중심으로 농지가 분산되며 청장년농가의 담보력은 약화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경영주체인 법인의 보증 이용이 위축되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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