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근 前 동원전력사령관 “국군 40만명 시대, 이젠 정예 예비군 양성에 나서야 할 때” [세상을 보는 창]

2025-09-02

장병 수 45만여명 불과 병력 절벽 우려

北 현역 128만명 달해 수치론 중과부적

러 파병 실전 겪은 북한군 심각한 위협

현대전도 전투를 지배하는건 결국 사람

310만명 예비군 전력 세계적 수준 평가

상비예비군·현역 혼용 방안 추진해야

‘시니어 아미’ 저격수·드론 등 활용 가능

예비군 관련 법령 개정·예산 인상 필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 병력은 지난 7월 기준 45만여명이다. 2023년에 47만~48만명대를 기록하며 ‘50만선 붕괴’를 알렸던 병력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배경에는 저출생에 따른 병사 수 급감, 간부 지원율 하락, 복무기간 단축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앞으로 병력 절벽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3배 수준 병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군 복무기간은 10년에 달한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수만 명의 군인을 파견해 실전 경험을 키우는 데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까지 전수받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드론(무인기)이 폭탄을 투하하고 사이버·우주 공간에서 살상 공격까지 가능하다는 게 요즘 전쟁이라지만, 여전히 실전에선 병력 자원의 전투 수행이 강조된다.

구원근 전 동원전력사령관(육사 42기·예비역 소장)은 이러한 안보 위협에 대응한 적정 수준의 병력 유지 방편으로 현재 310만명인 예비군 동원시스템 개선을 꼽았다. 군 생활 대부분을 예비군 관련 동원 분야에서 근무한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드론융합학과장을 맡아 현대전의 변화 추이까지 꿰뚫고 있다. 그는 “율곡 이이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듯이 지금 시대는 정예 예비군 양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에서 진행됐다.

―국군 장병 수가 45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병력 40만명 붕괴도 머잖아 보인다. 나라를 지키는 데 문제없나.

“2022년 국방백서 기준으로 북한군은 현역이 128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교도대·노농적위대·붉은청년근위대 등 예비군병력만 762만명이다. 수치로만 보면 중과부적이다.”

―북한군에 대응하는 우리 병력의 적정 수준은.

“전법(戰法)서에 보면 공격자가 방어자의 3배 전력을 지녀야만 전투에 이긴다고 한다. 반대로 방어하는 쪽에선 공격자의 70% 전력을 보유할 경우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상비군과 예비군, 첨단장비, 미 증원전력 등을 활용한 총체(總體) 전력을 따져 비교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이를 연구한 사례는 없다. 그래도 현역의 경우 40만명대는 마지노선이다. 그 이하가 될 경우 북한군을 상대하기 버겁다고 봐야 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지만 정작 실전에선 병력 운용이 우선시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증명한다. 드론과 미사일 등 첨단전력이 동원돼 전투가 빚어지고 있으나, 전투를 지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주일 만에 우크라이나의 항복 선언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전쟁은 벌써 4년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로 팀 단위, 소규모 전투 위주로 진행됐다. 우크라이나는 부사관 등 간부들의 전투 지휘 능력이 러시아에 비해 우세했다. 우크라이나의 예비군 전력 활용도가 높았던 점도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전술적 활용도에서 뒤떨어진 러시아가 전쟁 초기 용병 위주로 전투를 치르고 이후 북한군까지 동원했던 배경이다.”

―한국군 전력 손실을 막는 방안으로 봉급 인상 등 장병 처우 개선, 선택적 모병제, 여성 징병제 등이 거론된다. 병력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나.

“일부는 가능하겠으나 전적으로 메울 수는 없다. 제기된 대안 가운데 여성 징병제 도입은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워 시기상조라 봐야 한다. 선택적 모병제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예산과 군 조직문화의 획기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출생률 저하로 모병제 가용자원도 부족한 마당이다. 그렇다고 우리 군이 그렇게 매력적인 집단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잖으냐. 세계 최고 대우를 하는 미군도 모병제 유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는 어떤가.

“AI나 드론을 이용할 경우 신속한 전장 상황 판단과 전투 결심을 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장비를 보낼 수도 있다.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문제는 상대하는 적도 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명 피해가 늘어나 병력 자원 부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병력 자원의 완벽한 대체 기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을 통해 드론 전투 등 새로운 전장 상황을 경험했는데.

“얼마 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북한군의 전투 영상물을 방영하면서 우크라이나군 포위 공격에 12명이 집단자폭한 사례 등을 공개했다. 북한군이 전장의 공포심을 이겨냈다는 것을 홍보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지만 실전을 겪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로부터 첨단장비와 물자도 지원받았고, 이제는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베트남전 이후 실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요즘 유행하는 55~65세 ‘시니어 아미’(Senior Army)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시니어 아미 도입에는 찬성이다. 지금 병사들은 40세까지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젊은 나이다. 시니어 아미들의 전투력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부대 경비나 저격수, 드론 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제도적 보완은 뒤따라야 한다.”

―병력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부터 고민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방부에서 2026년도 상비예비군 정시모집에 나섰다. 모집 인원은 3800명이다. 상비예비군은 예비역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해 일정 기간(연간 30~180일 이내) 군에 복무토록 소집하는 이들이다. 명예전역을 택하는 군 간부가 작년에 2500여명으로 역대 최대라고 들었다. 이러한 상비예비군을 늘려 현역과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예비군 전력 활용 방안도 거론된다.

“병력 55만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현역 사단은 10개 이상 없어졌다. 전방을 빼면 후방은 부대가 텅텅 비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역 군인으로만 군을 채운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과거 2박 3일 동원훈련에 그쳤던 예비군 전력을 확충해 현역이 빠진 곳에서 대신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예비군 수준으로 과연 대체 운용이 가능할까.

“전투력 발휘는 가능하다. 31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예비군 전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당장은 쉽지 않다. 현역을 대체해 자원화하려 해도 낙후된 장비로 인해 전투력 차이가 크다. 우리 예비군은 지금도 1980년대 자주포와 전차를 사용한다. 소총도 현역과 비교하기 그렇다.”

―예비군 동원시스템 개선의 전제 조건은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 개정을 꼽을 수 있다. 국군 구성인원에 예비군을 추가하려면 먼저 국군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예비군 편성 연령을 높이기 위한 군인사법도 손봐야 하고, 46만명에 달하는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보류를 규정한 예비군법도 뜯어고쳐야 한다. 여기에 무기 등 전투 장비를 현역과 동일하게 지급해야 할 것이다. 한 해 예비군 운용 예산은 고작 2600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0.4% 수준이다. 미군의 예비군 편성 예산이 국방비의 9% 수준임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다. 예비군 관련 예산이 국방비의 1∼3% 수준으로 인상되길 기대한다.”

―얼마 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을 위해 예비군 6만명 소집을 예고했다. 우리라면 가능한 일인가.

“불시에 그런 훈련을 한 적이 없으니 만약 소집되면 우왕좌왕할 것이다.”

―북한군 예비군 수준은.

“개인 전투력과 예비군 동원 속도, 조직화 능력은 우리보다 나을 것이다. 대신 전투 장비는 낙후돼 있다고 생각한다.”

―동맹의 현대화로 주한미군 감축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미군이 맡았던 임무를 우리가 떠안게 될 여지가 높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투입될 병력 수요 또한 그만큼 늘어난다.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할까.

“주한미군은 우리가 더 붙잡고 있는 게 유리하다. 만약 감축된다면 미군 병력이 빠지는 만큼 장비로 채워야 한다. 전작권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달라고 아우성칠 필요까지는 없다. 6·25전쟁 때 38선 돌파를 명령했던 것은 전작권을 가진 미군이 아닌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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