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니. 미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 달라.”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자)’ 미국 정치인이 손흥민(33·LAFC)에게 황당 말실수를 했다.
헤더 헛 로스앤젤레스(LA) 시의원은 7일(한국시간) LA의 BMO스타디움에서 열린 손흥민의 LAFC 입단식에 한국계인 데이브 민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캐런 배스 LA 시장, 김영완 주 LA 총영사 등과 함께 참석했다.
헛 의원은 단상의 마이크 앞에 서서 “LAFC가 얼마나 똑똑한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한국을 포함해 세계 시청자들이 보는 생중계 도중 제대로 헛발질을 했다.
헛 의원은 옆에 앉은 손흥민을 쳐다보며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 LA는 모두 월드컵 때 미국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지 않나. 당신(손흥민)이 그 일을 이뤄낼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황당한 발언이다.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에 입단했으니, 미국축구대표팀 소속으로 내년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이 나갈 수 있다고 엄청난 착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손흥민은 개인통산 4번째 월드컵에 나설 예정이지만, 당연히 미국이 아닌 한국대표로 나간다. 이미 한국 국가대표로 134경기나 뛴 손흥민이 미국으로 귀화하더라도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이날 “헛은 손흥민에게 최악의 말실수를 했다. 내년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미국의 월드컵 우승을 도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헛은 LA에 손흥민처럼 실력을 갖춘 선수가 와서 들떠 보였지만, 아마도 월드컵이 어떻게 진행되는 대회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매체는 “손흥민은 답변하지 않고 웃어 넘겼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손흥민처럼 그녀의 실수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필라델피아 유니온의 한 기자는 “헛이 무례한 실수를 저질렀다. 본인 지역구 10지구에 코리안타운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2017년 독일축구대표팀 출신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도 MLS 시카고 파이어 입단했을 당시 비슷한 일이 겪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에 힘을 보탠 슈바인슈타이거는 한 기자로부터 ‘월드컵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시카고 파이어에서도 월드컵 우승을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미국은 야구와 농구, 프로풋볼, 아이스하키에 비해 축구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다. 손흥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기선 (축구를) 풋볼(영국식)이라고 불러야 하나, 사커(미국식)라고 해야 하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