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15년 뒤 0% 안팎으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이 올해 1% 후반에서 2030년대 1% 초반, 2040년대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전망치(2045년 0.6%)보다 더 비관적이다. 저출산·고령화 속에 생산성 저하가 심화하면 2040년대 후반 경제가 쪼그라드는 역성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를 기록한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 4%에서 문재인(3%), 윤석열정부(2%)를 거쳐 1%대로 낮아졌다. 역대 정부가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구조조정과 혁신, 개혁과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오랜 내수침체와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 악재로 저성장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연간으로도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이런데도 6·3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니 개탄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미 주 4일 혹은 4.5일제부터 시작해 아동수당 인상 및 대상 확대, 자영업·소상공인 부채탕감, 월 15만∼20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등을 약속했다. 어제는 부부의 경우 기초연금의 20%를 깎는 제도를 손보겠다며 노후소득·돌봄 공약까지 내놨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도 고령층 버스 무료 이용, 근로소득공제 인상 등 복지·감세 공약을 제시했고 다른 후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공약에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되지만, 후보들은 재원조달 방안에는 입을 다문다. 가뜩이나 해마다 10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판에 누가 믿겠나.
이제 공허한 포퓰리즘 공약 경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차기 정부까지 현금 살포성 퍼주기에 매달리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처럼 망국의 길을 재촉할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잠재력을 복원하는 길은 자명하다. 기업과 시장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게 급선무다. 0.7%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반등시키는 해법을 찾고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경제체질을 확 바꾸는 혁신 성장전략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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