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나흘 앞둔 3일(현지시간) 교황청이 막바지 준비에 진력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콘클라베 돌입을 위한 실무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물밑에서 차기 교황직을 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교황청은 3일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난로와 굴뚝을 설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콘클라베 내부의 논의 결과를 성당 밖으로 알리는 유일한 신호 수단인 난로와 굴뚝에 오는 7일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33명 추기경의 투표용지가 난로에서 태워지고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선출되지 않았으면 검은 연기를 굴뚝으로 올린다.
콘클라베 동안 추기경들이 머물 카사 산타 마르타의 시설 공사는 5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시작 하루 전날인 6일 저녁부터 카사 산타 마르타에서 합숙 생활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차기 교황 선출의 결론이 날 때까지 머물며 하루 4차례 투표를 반복한다. 외부 접촉은 일체 차단된다. 카사 산타 마르타는 앞선 콘클라베에서도 추기경들이 머물던 곳이지만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전임 교황이 머물던 곳’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전용 숙소를 거부하고 카사 산타 마르타 방 두 칸짜리 공간에서 머물러왔다.

본격화한 교황 선거전…추기경 총회는 이미 ‘후보 토론회’
콘클라베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군에 해당하는 추기경들의 선거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9차례 추기경 총회가 열릴 때마다 20~30명의 추기경이 ‘교회와 세상에 대한 대화’를 명목으로 연설을 했다. 3일 열린 9차 총회에서도 26건의 연설이 있었다고 교황청 매체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총 177명의 추기경이 참석했으며, 이중 선거권자는 127명이었다.
추기경들이 제시한 담론은 주로 앞으로 가톨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상 차기 교황 후보군의 견해와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교황청이 공개한 주제들을 보면 이같은 정황이 뚜렷하다. 연설에서 다뤄진 주제 중 하나는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감사하며, 그가 시작한 절차를 이어갈 필요성’이었으며 ‘교회가 다락방에 갇히지 않고 희망이 필요한 세상에 빛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연설도 있었다. ‘평화 증진을 위해 교회와 교황이 해야 하는 봉사’를 언급한 이도 있었으며 ‘교회 간의 협력과 연대’에 방점을 찍은 이도 있었다.
보다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대화도 오갔다. 지난 2일 열린 8차 총회에서는 25건의 연설이 있었는데 ‘성적 학대 및 재정 스캔들 등의 위험성’도 한 주제로 다뤄졌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그의 재임 하는 동안 회복한 교회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고 이어가야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방 교회의 고통과 그들의 증언’도 언급됐다. 중동,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에서 전쟁이나 박해, 강제 이주 등으로 고통받는 기독교인들의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견해로 이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다.
이외에도 ‘교회 내부 양극화와 사회 분열로 인한 상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주교단의 책임’ ‘젊은 세대에 복음을 전해야 할 필요성’ ‘교회법의 중요성’ 등이 앞선 총회에서 추기경 연설 주제로 다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이뤄졌던 가톨릭의 변화를 추기경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차기 교황의 결론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동성애, 여성 사제 서품 등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논란이 됐던 주제들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애도기간인 노벤디알리는 4일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