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 (118) 그 사람 덕에, 오늘을 살아간다

2025-05-20

 성인들이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결국 바빠서 책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은 참 바쁘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하루하루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나갔다고 한다. 또한 한편에서는 새벽 기상, 루틴 실천, MBTI로 인간관계 분석, 자기계발과 다양한 투자로 하루하루를 계획표에 맞춰 성실하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갓생”이라는 말로 이런 삶을 스스로 칭찬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나날 속에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짧지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독자에게 던진다. 이 이야기는 한 구두 수선공이 거리에서 쓰러진 낯선 남자를 데려오면서 시작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미하일. 사실 그는 하늘의 명을 거역해 벌을 받은 천사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얻어야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첫째, 사람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하일은 구두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배워간다. 삶에 치여 무심한 사람들, 고통을 마주한 가족, 말 없이 사랑을 나누는 이들. 그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모두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결국 미하일은 깨닫는다.

 사람 안에 있는 것은 ‘사랑’이며,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내일’이고,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이 고전이 오늘날 다시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점점 ‘성과’로 살고, ‘전략’으로 관계를 맺는다. 빠르게 살아야 하고, 효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공감은 피로하고, 사랑은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디지털세상, SNS에서도 위로를 얻지 못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사람다움’을 잃어간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고전을 넘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따뜻한 눈빛 하나, 말없이 건네는 손길 하나.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종교적 교훈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인간적인 이야기다. 말없이 보여주고, 조용히 묻는다. 지금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며,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가?

 책장을 덮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 나는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그 사람 덕에 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진심 아닐까.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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