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육당국 “유학생에 모든 편의 지원”
홍콩과기대, 하버드 전학생 입학 허가 방침
중국 대학에서도 “인재영입 속도 내야‘”

홍콩 정부와 대학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버드대 유학생 모집 금지 조치로 불이익에 처한 유학생을 받겠다며 발빠르게 나섰다. 중국에서도 해외 인재 영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리스틴 초이 홍콩 정부 교육청(EDB) 국장은 23일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 유학생 모집 금지 조치에 대응해 “정부가 홍콩의 모든 대학들에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편리한 조치를 제공하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초이 국장은 대학 측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정부가 도와 ‘홍콩 유학’ 브랜드를 구축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국제도시 홍콩의 인프라와 유명세를 활용해 중국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홍콩과학기술대는 이날 하버드대 재학 중인 학부·대학원·학위 프로그램 학생들을 상대로 공개 모집공고를 발표했다 홍콩과기대는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일 것이며 간소화된 입학 절차, 행정지원, 학점인정 등의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중국대, 홍콩침례대, 홍콩시립대도 유학생을 적극 모집하며, 학업 차질을 빚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데니스 로 육밍 홍콩중국대 총장은 지난 20일 미국을 떠나는 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연구 보조금 추가 지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교육컨설팅 업체를 인용해 “화가 난 학부모”와 미국 아이비리그 유학 준비생들로부터 많은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에는 해마다 1800~2300명의 중국 유학생이 입학한다. 현재 1300명이 등록돼 있다고 전해지며 이는 유학생 수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22일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기고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대학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 인증을 전격 취소했다.
해당 조치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외국 유학생을 받지 못하고 기존 유학생도 전학가야 한다. 미 연방지원법원이 하루 뒤인 23일 하버드대가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이 일시중단됐다. 하지만 향후 법적 공방 결과에 따라 조치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SCMP는 재미 중국 유학생들이 충격과 황망한 상태에 빠져 있다며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미국의 헌법이 정부의 조치를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는 등의 말을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의 조치를 두고 “교육 협력의 정치화에 반대하며, 관련 미국 관행은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적 신뢰도를 손상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 있는 중국 학생과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확고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차이나 이니셔티브’ 정책으로 미국의 중국계 학자들에게 연구비가 끊기고 대거 불이익을 받은 바 있다.
중국 대학의 해외 인재 영입 시도도 적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각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내부 이메일을 돌려 이번 기회에 해외 우수 학자들을 더욱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칭화대, 푸단대, 시후대 등 중국의 여러 유명 대학들은 이미 중국계 재미 유학생이 박사과정에 지원할 경우 입학 자격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칭화대는 지난달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노과학자인 찰스 리버 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리버 교수는 우한이공대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인재들의 중국행을 주선했으며 이를 숨긴 혐의가 드러나 2023년 벌금 5만달러와 가택연금 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