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상의 백령·대청·소청도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을 막아서면서 안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남북 간 해양 경계선 인근에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의 세계지질공원 지정 신청에 대해 안보적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정부는 아직 유네스코 사무국으로부터 북한이 제출한 서면 이의신청의 내용을 공유 받지는 못했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런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는 규정상 회원국이 이의 신청을 하면 지정 절차를 중단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북한이 지정 절차에 제동을 건 배경과 관련해 "우리의 해상 영토임이 분명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무력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안보 상 이유를 유네스코 측에 거론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이 서북도서 일대를 분쟁지역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11월 인천시가 유네스코에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를 신청한 구역은 백령면(백령도), 대청면(대청도·소청도) 일대 육상 66㎢와 해상 161㎢다. 모두 NLL 이남에 있지만 북한은 NLL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의 신청에 따라 백령·대청·소청도 주변 해역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될 경우 국제기구가 이곳을 남측 영해로 공식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반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부터 북한은 서해에 자의적인 경계선을 긋고 관할권을 주장해왔다. 북한은 1차 서해교전(연평해전) 직후인 1999년 9월에는 서북도서 해상을 모두 포함하는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내놓았다. 또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선 서북도서보다 북쪽이지만 역시 NLL 이남에 그은 '해상경비계선'을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라는 기조 아래 서해 해상 경계선을 새롭게 설정했다는 점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2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이라고 언급했고, 지난달 25일엔 "중간계선해역"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1953년 유엔사가 획정해 남북 간에 관행으로 확립된 경계선인 NLL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서해 해상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정당한 활동을 견제하는 동시에 도발의 명분을 쌓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