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제재(sanctions), 냉전과 열전 사이

2025-08-20

미·러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다. 회담을 숨죽여 지켜본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었다.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제재 중인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이 ‘2차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러시아산 원유·원자재 수입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지난 6일 인도에 현행 25%인 상호관세에 ‘2차 관세’까지 더해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외교가를 놀라게 했다. 인도는 미·일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국이자 4자 안보협의체 쿼드의 회원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위해 사반세기 동안 인도에 공을 들여왔다.

경제 제재는 정책 변화를 유도하거나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국에 가하는 경제적 압박이다. 그 수단으로 무역 제재·금융 제재·자산 동결·여행 제한 등이 있다. 유엔(UN)은 분쟁해결 수단으로서 무력사용을 원칙적으로 금하지만,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법 위반국에 대한 제재는 인정한다. 현재 UN은 북한·예맨 등에 14건의 제재를 시행 중이다.

다자기구와 별개로 개별 국가도 외교수단으로 제재를 활용한다. 미국과 EU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중국도 가세했다. 미국의 제재가 위력적인 것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함께 기술·경제중심지 지위에서 나온다. 타 국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미국만의 독보적 힘이다. 금융제재는 달러 사용을 제한해 국제거래를 막는 조치이고, 무역제재는 미국산 기술·제품의 수출을 통제하거나 해당국으로부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이다.

제재의 효과는 ‘2차 제재’를 통해 확장된다. 원칙적으로 제재는 상대국(국가·단체·개인)에 대한 조치이지만, 2차 제재는 상대국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개인도 포함시켜 상대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이다. 미 재무부가 2007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북한과 금융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자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자 뱅크런이 발생했고, 각국 금융기관은 불이익을 우려해 북한과 거래를 스스로 차단한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수출통제법은 또 미국산 이중용도·민감기술 물품을 수입한 자가 재수출하거나 가공후 제3국에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이라는 측면에서 2차 제재와 유사하다. 인공지능(AI) 칩이 해당된다.

2차 제재는 외국인이 외국에서 한 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주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과거 아랍연맹이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자, 미국은 자국 기업이 이스라엘 보이콧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항 입법을 만들었다. 미국의 ‘1996년 이란-리비아 제재법’상 2차 제재 조항에 대해서도 EU·캐나다·멕시코가 유사한 입법조치로 대항했다. 중국은 2021년 ‘외국의 중국제재 방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선박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UN과 서방 주요국은 1578척, 총톤수 6200만톤의 선박을 제재 중이다. 러시아산 석유 등 제재 대상 물품을 운송하는 데 관여한 선박이 대상이며 원유 운반선의 17%, 석유제품 운반선의 8%가 포함된다. 제재 선박은 선박등록·보험제공·입항 등이 거절되고 압류 위험으로 인해 국제무역에서 배제된다.

러-우 전쟁에 따른 제재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은 크다. 2021년 기준 한국과 러·우 양국간 무역규모는 GDP의 1.5%였다. 2024년 한국과 중·대만 간 무역액은 GDP의 18%이다. 양안간 열전이 발발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다. 주요국 제재법·수출통제법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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