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시를 알리고픈 마음...'산아래 詩 다시공방'

2025-08-15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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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시작된 시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시’가 어느덧 경기 수원, 이천 등 전국 11곳에 자매책방의 성격으로 문을 열었다. ‘산아래 시’의 운영 규칙은 알려지지 않은 시, 빛도 채 보기 전 잊혀져 가는 시집을 소개하는 것뿐이다.

■ 잊혀지는 시를 알리고픈 마음

지난 3월 22일 수원 행궁동에 시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 다시공방’이 문을 열었다. 2016년부터 운영해 오던 공방 공간에서 간간이 위탁받은 시집을 소개했지만 본격적인 시 전문 서점으로 확장한 계기는 대구에서 출발한 ‘산아래 詩’를 알게 되면서다.

대부분의 도서는 대형 출판사 혹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독자들에게 가 닿기가 쉽지 않다. 큰 서점의 중앙 진열대는 잘 팔릴 만한 작품과 작가의 차지가 되고 그럴수록 시집의 자리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은 더더욱 설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산아래 시’ 1호점 대표는 대구 남구 대명동에 시 전문 독립서점을 처음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유명 시인들의 시집보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다. 출판사 혹은 시인에게 선입금한 후 책을 받아오는 일반적인 서점 체계가 아닌 위탁 형태로 책을 가져다가 판매되는 만큼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 만큼이나 작은 출판사,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의 시집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진열대 순서도 주기적으로 바꾸는 편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킨다는 약속과 ‘한 동네에 시 전문 서점이 하나씩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때마다 창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수원의 ‘산아래 詩 다시공방’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며 열한 번째로 ‘산아래 시’ 서점이 됐다.

■ 순수를 회복하고 속도를 거스르는 공간

‘산아래 시 다시공방’의 이안 대표는 2016년부터 시화전, 출판기념회 등 문화 행사를 진행하며 시집 위탁 판매를 해오던 중 ‘산아래 시’를 알게 됐다. 본인도 시인이자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산아래 시’를 여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유명한 시인의 시집이 아니어서 출간하고도 소개되지 않는 책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시집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있던 중 ‘산아래 시’의 취지에 동감하며 문을 열게 됐습니다.”

전국 11개 ‘산아래 시’ 중 행궁동의 ‘다시공방’은 가장 최근 문을 연 서점이다. 이곳처럼 오로지 시 전문 독립서점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카페, 소품숍 등과 병행해 운영되는 곳도 있다. 책 판매 수익을 위해 잘 팔리는 시를 앞세우기보단 작은 시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앞세운다면 ‘산아래 시’ 자매서점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이 대표는 “시가 돈이 되지는 않지만 ‘산아래 시’를 통해 순수를 회복하고 속도를 거스르는 시간을 누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산아래 시 다시공방’을 필두로 행궁로 일대가 ‘시의 거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희 ‘산아래 시 다시공방’은 카페나 모임을 병행하지는 않지만 시인 등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가 가능한 장소입니다. 이 일대가 꼭 한 번 가볼 만한 수원의 관광 코스가 된다면 지역시인은 물론이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지속적으로 ‘작은 시’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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