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취향과 리듬으로 사는 삶....영화 '제프 맥페트리지'가 말하는 것

2025-08-17

제프 맥페트리지(54).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닌데 그의 삶과 예술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제프 맥페트리지:드로잉 어 라이프'(댄 코버트 감독)다. 캐나다 출신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그의 작업 목록을 들여다 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맥페트리지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2013)의 모든 OS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애플워치의 페이스도 그렸다. 연필 드로잉부터 선명한 색감의 그래픽 작업, 애니메이션까지 작업의 폭이 꽤 넓다. 펩시 광고 캠페인, 뉴욕타임스 홍보 애니메이션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에르메스 켈리백, 나이키 SB 블레이저, 반스의 프리미엄 라인 볼트 시리즈, 파타고니아 티셔츠 등 세계적인 기업과 많은 협업을 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고, 따뜻한 감성으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간다.

이렇게 잘나가는 예술가는 어떻게 살까 싶은데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의외로 맑고 잔잔하기만 하다. 그는 마라토너처럼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일하는 틈틈이 자신의 두 딸과 시소를 타며 놀아준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아내는 그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다. 영화는 이렇게 평온한 그의 삶과 작품을 친밀하게 들여다보며 무엇이 충만한 삶을 만드는지 묻는다.

정제된 이미지+따뜻한 감성

맥페트리지는 캐나다 캘거리 출신으로 변호사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아래 맘껏 뛰놀며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95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 대학원을 졸업하고 힙합 밴드 비스티 보이즈가 창간한 잡지인 그랜드 로열에서 아트 디렉팅을 맡으며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고, 잡지, 음악 방송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처녀 자살 소동'의 타이틀 디자인을 계기로 영화 작업에 참여했고,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존 말코비치 되기'와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타이틀 작업도 했다.

영화는 그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가 바로 '가족'과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술과 마약, 불륜, 이혼 등이 등장하는 다른 예술가를 다룬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무엇보다 머리를 맑게 하는 게 내 목표였다"고 말하는 그는 "술 마시고 여자를 쫓던 과거 뮤지션들이 재능 낭비를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다. 예술계에서는 매우 드문 캐릭터다.

주인공이 그러하니 고통과 갈등의 서사는 없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을 오랫동안 보여준 것처럼 맑고 평온한 일상의 주인공이 거기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제된 이미지가 돋보이는 맥페트리지의 예술과 삶이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부터 그의 부모님이 찍고 그가 가정을 이룬 뒤 찍어둔 홈 비디오와 다양한 사진, 그리고 맥페트리지의 드로잉 작품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20년 가까이 맥페트리지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앤드류 페이너터의 스틸 작품도 맥페트리지의 삶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영감은 영감을 낳는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댄 코버트는 애플, 델타 항공, 코치 등 유명 브랜드의 광고 디렉터 출신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며 맥페트리지를 존경해왔다고 한다. 코버트 감독은 캐나다 매체 cbc와의 인터뷰에서 "대담한 단순함이 있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며 "맥페트리지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그녀'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소피아 코폴라도 출연하는 등 결국 영화는 동료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맥페트리지 탐구 보고서'가 됐다.

그의 삶이 동료 예술가들을 매료시킬 만큼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영화 안에서 맥페트리지의 모습과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는 "항상 세상과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이고, "야외 활동을 많이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쫓는" 예술가다. 세상의 리듬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과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균형 잡힌 일상, 자유로운 에너지, 솔직함과 유쾌함이 그의 힘이다. 쉽게 들리지만, 결코 쉽게 영위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맥페트리지의 남다른 점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자신으로서 산다는 점이 아닐까. 코버트 감독은 "한 개인의 창의성부터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주제까지 모두 아우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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