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미수 사건

2025-05-12

1981년 5월 13일 오후 5시 17분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서 네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오픈카 형식으로 제작되는 교황 전용 차량, 일명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으로 들어오던 요한 바오로 2세가 저격당하고 말았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암살 대상이 된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고대나 중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20세기 이후에도 종종 나타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1년 총격에 이어 82년에도 칼에 찔릴 뻔했고 95년에는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임 교황인 바오로 6세는 7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단검을 든 자객으로 인해 경상을 입었다. 심지어 2021년에도 이라크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노린 자살 폭탄 테러가 계획되었지만 영국 정보부와 이라크 당국에 의해 저지됐다.

그중 81년의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미수 사건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네 발의 총알 중 두 발에 실제로 교황이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총에 맞고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진 요한 바오로 2세의 행보 때문이다.

의식을 찾은 교황은 범인을 용서하며 그를 위해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회복 후 병상에서 일어난 요한 바오로 2세는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 메흐메트 알리 아자를 직접 찾아갔다(사진).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아자는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서 각각 수형 생활을 마친 후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유기된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가가 되었다.

지난 9일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콘클라베에서 레오 14세로 선출됐다.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와 함께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고 그 취임 일성으로 ‘평화’를 외친 것을 후대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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