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지구 공동체 회복과 평화에 힘써주길

2025-05-11

미국 태생으로 남미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가 택한 교황명 ‘레오 14세’는 산업화의 부작용이 극심하던 19세기 후반 노동자 권익을 지지하고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재위 1878~1903)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새 교황이 전쟁과 기후위기 등 어려움에 직면한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레오 14세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초강대국 출신은 교황직에서 배제한다는 가톨릭 교회의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미국 시카고 태생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가난한 이들을 포용해온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또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와 난민 탄압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정책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이란 평가도 받는다. 레오 14세는 ‘화합과 포용을 통한 진보’라는 인류의 가야 할 길을 몸소 체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레오 14세가 즉위한 오늘의 세계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할 만큼 전쟁과 폭력, 사회 갈등이 극심하다. 중동의 가자지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수년째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엔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스키탄이 6년 만에 무력 충돌을 일으켰다. 교황의 모국이자 초강대국인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제 질서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극우화와 혐오가 기승을 부리며 소수자와 약자들의 고통은 심해졌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처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과제가 된 지도 오래다.

현대의 교황은 14억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82억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갈등을 중재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에 교회가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평화의 사도’이기도 하다. 레오 14세는 첫 강복 메시지에서 ‘장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메시지를 인용했다. 교황은 “대화와 만남을 통해 다리를 놓아 평화 속에서 하나의 인류(one people)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불의를 외면하지 않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를 이어받아 새 교황이 지구 공동체 회복의 초석을 놓고 인류 평화에 기여하길 전 세계인과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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