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예산 2배 늘린 與, 청년 대출금은 깎았다 [코드예산 전성시대]

2025-11-20

국회가 새해 예산안 심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맞춘 ‘코드 예산’이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대폭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미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특정 분야의 예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미 정부 편성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윤석열 정부 예산이나 일부 필수 예산은 상임위에서도 칼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대표적 사례는 법무부의 국가배상금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따라 항소 포기 사례가 늘면서 이에 따른 배상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국가배상금 예산이 99.5% 소진된 점을 고려해 내년도 예산안에는 9.9% 늘린 1448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당 예산을 추가로 125%(1811억원)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송부했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과거사 사건의 상소 취하 및 포기로 배상금 지급 소요가 급증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최근 여수·순천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에 대해서도 상소를 취하하거나 포기했다.

최근 항소 포기 논란을 빚은 대장동 사건에도 배상금이 필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장동 사건의 주범인 남욱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동결됐던 약 500억원대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하며 향후 국가배상 청구를 예고했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나 여권 기조에 맞춘 ‘코드 예산’은 각 상임위에서 잇따라 증액됐다.

4대강 보 해체에 대비한 재자연화 예산은 정부안에 380억원 편성됐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하자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 예산을 100% 증액한 760억원으로 수정했다. 이재명 정부의 역점 사업인 ‘서울대 100개 만들기’ 국립대 육성 사업 예산은 올해 예산의 약 2배를 정부안에 편성했는데도 교육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800억원이 추가 증액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을 1703억원(정부안)에서 341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지방자치단체 부담률이 60%인 탓에 시범사업 선정지 7개 군 일부가 반발하자 국비보조율을 상향(40%→50%)하면서 당초 규모의 2배가 됐다.

여권에 우호적인 단체는 수혜를 봤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그간 요구해 온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2041억원 증액한 총 3조143억원으로 의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여당이 됐으니 우리의 요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환노위는 민주노총의 임차보증금, 한국노총의 노후시설 교체 비용을 각각 55억원씩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취약 노동자 지원’ 항목에 끼워 넣었다. 정부안에는 없던 예산이다.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광복회에는 선양(宣揚·명성을 알림) 행사 지원비가 1666.7%(4800만→8억4800만원) 늘었다. 이 예산이 포함된 보훈단체 운영 및 선양활동 예산은 142억원 늘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권 코드와 맞는 예산만 배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국민이나 기업이 잘 준비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바뀌어도 사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만 코드 예산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코드 예산과 달리 윤석열 정부가 늘렸던 예산이나 일부 필수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철퇴를 맞았다.

당초 정부안에 72억원 편성됐던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법사위 소위원회(20억)와 전체회의(20억5000만원)를 거치며 40억5000만원이 삭감된 31억5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검찰이 반발하자 민주당이 “집단 항명”이라며 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마련과 전세금을 지원하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예산은 정부안에서 이미 3조7556억원 감액됐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상임위에선 증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가 추진한 국립북한인권센터 예산은 상임위 단계에서 백지화됐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민주당 주장 대로 센터 건립 예산 106억원을 전부 삭감했다. 대신 현 정부 통일부가 추진하는 가칭 한반도 평화공존센터 건립 사업은 새로 포함돼 토지 확보용 계약비(24억원), 설계비(6억원) 등 총 32억원이 편성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은 6495억원이 삭감돼 시·도교육청 재정 여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맞춤형 국가장학금 사업도 2085억원 감액됐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국제기구 사업분담금은 최종 417억원이 순감했다. 이 중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대한 사업분담금 감액률은 60.8%에 달했다. 정부가 양곡 가격 안정을 위해 집행하는 정부 양곡매입비 예산은 1317억원 줄었다. 석탄 생산 감소에 따라 이직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폐광대책비 예산은 감액률이 55.2%(919억원)였다.

이에 따른 여야의 예산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오로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매표용 현금 살포와 제 식구 챙기기 식의 방만 지출로만 점철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꼭 필요한 예산은 다른 사업으로 분산하거나 보완했다. 전체로 놓고 보면 오히려 (필수 예산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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