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축구연맹(FIFA)이 오는 12월 5일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식에서 처음으로 ‘FIFA 평화상’을 제정·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5일 성명을 통해 “불안과 분열이 심화되는 세계에서, 갈등을 멈추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려는 이들의 헌신을 기려야 한다”며 “축구는 평화를 위한 상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FIFA는 이 상을 매년 “전 세계 축구 팬을 대표해 평화를 위해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시점이 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노벨평화상 수상에서 탈락한 뒤, 미국 내 보수 진영이 이를 “정치적 결정”이라 비판한 직후 이번 FIFA 발표가 나왔다. 이번 조추첨식은 트럼프가 참석할 예정이며, 인판티노 회장이 직접 첫 수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그와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지난달에는 이집트에서 가자지구 휴전 직후 열린 ‘평화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함께 무대에 섰고, 10월 28일 사우디 리야드 투자 포럼에서도 “축구는 행복에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FIFA는 최근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2026 월드컵 티켓 수익 일부로 조성된 1억 달러 규모 교육 프로젝트 이사회에 임명하며 또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FIFA 평화상’이 순수한 인도주의적 시상이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정당화하려는 상징적 장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는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평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트럼프가 월드컵 공동 개최국 중 하나인 미국 내 행사 일정을 주도하며 월드컵을 ‘미국 중심 외교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FIFA의 ‘비정치성’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한 직후 나온 ‘축구판 대체 시상식’처럼 보인다”며 “FIFA가 ‘평화’의 이름 아래 정치적 이익과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