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서 중·러 정상과 내내 앞자리에
핵보유국 지위 및 전략적 위상 과시 효과
향후 미국과의 대화에서 중·러 뒷배 확보
당 창건 80주년 등에서 치적 선전 가능성
다자기구 가입 등 다자외교 본격화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강대국인 중국·러시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북한의 몸값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협상력을 제고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본격적인 다자외교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내내 앞자리를 지켰다.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양옆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톈안먼 성루에 오를 때도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 선두에 서서 담소를 나눴다. 열병식 도중에는 시 주석과 단둘이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열병식 전 기념사진 촬영에서도 시 주석 부부의 왼쪽에 자리했는데, 이는 10년 전 열병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섰던 위치다.
김 위원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공식 핵보유국인 중·러 정상과 어울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중·러와 대등할 정도의 전략적 위상을 부각하고 정상국가 이미지를 과시하는 효과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각종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러라는 뒷배를 확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날 활동을 외교 치적으로 내부에 적극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로 예상하는 제9차 당대회 등에 활용해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첫 다자외교 무대를 시작으로 외교활동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양자외교에 집중했는데 적극적인 다자외교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행사장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러·우 전쟁에서 북한처럼 러시아를 지원했다. 북한과 벨라루스 외교장관은 지난해 7월 회담을 열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한·중·러·몽골 정상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정상이 방북하는 건 처음이다. 몽골 정상은 2013년 10월 방북했으나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북한이 다자기구에 가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서방 색채를 띠는 중·러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가 꼽힌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제1차 브릭스 여성포럼에 참석했다. 북·러가 지난해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