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신문 대서특필
방중 소식 담긴 사진 46장 보도
북·중·러 정상 ‘스리 샷’ 부각시키며
강대국 못지않은 김정은 위상 과시
동시에 다자외교 성공적 데뷔 알려
동행한 딸 주애 사진은 게재 안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 하루 만인 4일 관련 소식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전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을 부각했다. 외교무대에서 김 위원장의 위상이 강대국 지도자에 버금간다는 점과 북한이 중국, 러시아 같은 ‘강성대국’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은 4일자 지면에 김 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총 6개면 중 1∼3면을 김 위원장 방중 소식으로 채웠다. 사진만 46장 실어 화보를 방불케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의 필독 매체다.

신문은 1면 우측 상단에 김 위원장이 톈안먼 망루에 시 주석을 사이에 두고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박수를 치는 사진을 배치했다. 하단엔 열병식에 참석한 20여개국 정상급 지도자들과 촬영한 단체 기념사진이 실렸다. 김 위원장은 의전서열 2위 자리인 시 주석 부부 바로 왼편에 자리했다.
글 기사 없이 사진으로만 채워진 2면에선 북·중·러 정상의 ‘스리 샷’이 더 부각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각국 지도자들을 뒤에 둔 채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일렬에서 레드카펫을 걷는 사진이 많았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고,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만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담겼다. 김 위원장이 망루 위 시 주석 옆자리에서 뒷짐을 지고 열병식을 지켜보는 사진도 실렸다.
이날 신문 지면을 봤을 때 김 위원장,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이 한 컷에 잡힌 사진은 22장에 달했다. 주민들에게 북·중·러 3국의 밀착 관계와 김 위원장이 강대국 지도자들과 어깨를 견주는 위치로 발돋움했음을 선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망루 위에서 중국 노병들에게 웃으며 몸을 기울이는 ‘외교적 제스처’를 취하는 사진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3면 상단에선 열병식 행사 뒤 열린 리셉션 행사 사진을 전했는데, 여기에서도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입장해 상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부각됐다.

3국 협력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중·러 각 정상과의 양자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진 또한 많았다. 1면에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두 손을 맞잡고 활짝 웃는 사진, 시 주석의 배우자 펑리위안 여사와 인사를 나누는 사진을 실으며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 관계가 회복됐음을 알렸다.
3면 하단에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양자 정상회담 사진을 기사와 함께 전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과 두 정상이 회담 뒤 포옹하는 모습도 실렸다. 신문은 양국 정상이 “(양국의) 전망적인 협조 계획들에 대하여 상세히 토의”했다면서 ‘중요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와 군대,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이 쿠르스크주 재건을 위한 북한 병력·파견 문제 등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의 발기에 따라 조선 군인들이 쿠르스크주 해방전에 참전했다”고 발언하며 북한이 먼저 제안해 우크라이나전 파병이 이뤄졌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61과 최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이 톈안문 광장을 지나는 모습도 노동신문에 게재됐다. 김 위원장과 함께 방중한 딸 주애의 모습은 이날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한국을 대표해 열병식에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단체 사진을 제외하면 북·중·러 정상이 이끄는 대열 뒤편에서 걷는 모습이 사진 3장에 작게 담겼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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