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제대로 손에 넣지 못한 불안한 세대 이야기
일본 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배우 카와이 유미 매력 돋보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청춘의 시간은 푸른 초원보다는 황량한 사막에 가깝다. 지나온 뒤 되돌아보는 청춘은 그립고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지나는 이들에겐 고통과 슬픔이 8할이다. 인생을 멋대로 살지만 그것조차 맘대로 되지는 않는 21세 소녀 '카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은 초원보다는 사막을 닮은 청춘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물한 살의 소녀 카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피부관리사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건성이다. 연애에 있어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죄책감 없이 자유로운 관계를 추구한다.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남자친구 혼다와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하야시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다.
카나의 삶은 일도, 사랑도 무엇 하나 제대로 손에 넣지 못하고 불안 속에서 표류한다. 틀에 박힌 주류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하면서도 그 틀을 과감하게 깨고 나오지는 못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숨통을 조인다. 그 와중에서도 중간중간 청춘이 뿜어내는 열기도 느껴진다.

'취미:없음', '장래희망:없음', '너무 귀엽고', '정말 사랑스럽지만', '약간(?) 살벌한', '감정 일교차 측정 불가 그녀'라는 카피처럼 주인공 카나는 측정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다. 한없이 축 처졌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과격하게 싸우기도 하는 등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내가 이상한가?"라는 '카나'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의미를 완벽하게 찾지 못한 그녀의 불완전한 자아를 엿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사막의 한가운데 오아시스의 물을 마시는 오릭스 한 마리가 등장한다.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만난 한 마리 오릭스는 일본 도쿄의 뒷골목에서 만난 카나와 동류항으로 묶인다.
영화의 중심은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카와이 유미가 선보이는 날것 그대로의 연기다. 카와이 유미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배우다.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선보였던 청춘 그대로의 모습부터 '룩백'으로 여러 관객들을 울렸던 성우 도전까지 카와이 유미는 끊임없이 발전하며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켜왔다.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카와이 유미를 캐스팅해 놓은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인도로 훌쩍 떠난다. 갠지스 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 프로젝트 대신 카와이 유미를 주연으로 하는 창작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물이 '카나'다. 조울증 기질이 있지만 욕망이 불분명한 채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일본의 젊은 21세 소녀는 감독 자신이기도 하다.
제77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 제98회 키네마 준보 베스트 10 & 여우주연상 수상 등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쓴 영화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