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ppy Bunny, 2025 ©︎2025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 에미 쿠라야다. 회화와 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2021년, 첫 개인전은 팬데믹으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직접 오프닝을 함께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맞다. 이번이 한국에 처음 방문한 거다. 첫 개인전 당시 아쉬움이 크게 남았었는데, 두 번째 개인전은 현장에서 직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생각보다 일본과 가까워서 놀랐고, 한국에서 만난 분들도 다정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 개인전 <해피 버니>의 타이틀이 인상 깊다. 어떤 의미인가?
‘해피 버니’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가 들고 있는 토끼 인형의 이름이다. 한껏 멋을 낸 소녀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어서 전시 타이틀을 좀 더 팝한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결국 이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Untitled, 2024 ©︎2024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그간 캐릭터에 이름을 붙이지 않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해피 버니’만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이유가 있나?
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저 처음 그렸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인상이 ‘해피 버니’였다. 다른 동물들도 그릴 때 이름이 바로 떠오르기도 하는데 아닌 경우도 더러 있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작품을 보면 인물은 만화적인 반면, 배경은 사진처럼 사실적이다. 회화와 사진을 혼합한 의도가 뭔가?
명확한 의도라기보다, 감정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분화된 결과다. 인물에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 담겨 있고, 배경에는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이 담겨 있다. 큰 눈의 인물들은 어릴 적 읽었던 소녀 만화에서 영향받은 작화 방식인데, 그 방식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잘 맞다. 반면 배경은 내가 걷던 거리나 풍경을 토대로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정밀하게 그려낸다. 그런 혼합이 내 작업의 중요한 결이라고 느낀다. 회화이기에 가능한 표현이기도 하고.
Black Ribbon, 2025 ©︎2025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지뢰계는 말 그대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청소년들을 상징한다. 10대의 감정은 굉장히 에너지가 강하지 않나. 그런 점이 내 작업에서 다루는 감정과 잘 맞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들의 스타일이나 분위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이 무표정이다. 감정이 배제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이유가 있나?
무표정은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여백 같은 거다. 웃는 얼굴이나 우는 얼굴처럼 기호화된 표정을 그리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인물에게 투영하기가 어렵다. 무표정은 오히려 감정을 담기 위한 그릇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하코네 여행을 그린 드로잉에서는 캐릭터가 유일하게 웃고 있다.
그 그림은 친구와 하코네에 여행 갔던 날을 추억하며 그린 거라, 그날 느꼈던 내 감정을 오롯이 담고 싶었다. 평소에는 인물의 감정에 내가 몰입하는 편이라면, 그 그림은 내가 경험한 감정 그대로를 표현한 예외적인 작품이다.
Dragonflies and a Circular Pond, 2025 ©︎2025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연못이 실제로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차용한 것도 있지만, 익숙한 사각 프레임보다 변형 캔버스를 사용하면 더 독특한 균형으로 그림을 구성할 수 있다. 그 점이 재미있어서 가끔 사용하곤 한다.
드로잉과 유화 작업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준이 있나?
드로잉은 순간의 영감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어서 자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후 그 드로잉을 유화로 확장할지에 대해서는 내가 얼마나 그 이미지에 몰입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유화는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애정을 갖고 끝까지 그릴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작가가 직접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신주쿠나 이케부쿠로가 자주 등장하는데 좋아하는 장소인가?
신주쿠와 이케부쿠로는 학생 때 고민이 많을 때 자주 걷던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그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지역을 좋아한다. 이 곳은 일본이 국제항을 열었던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해서, 흥미로운 장소들이 많다.
Untitled, 2024 ©︎2024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에미 쿠라야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나?
내 작품은 대부분 내 주변 풍경이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에게 “저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요”, “이 작품을 보고 어릴 적 기억이 났어요” 등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나만의 내밀한 경험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되거나 투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이에 큰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 질문이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예술이 우리 외부의 가치와 마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내 작품 속에 묘사된 세계가 보는 이의 마음 속 풍경과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Claire Dorn/Perrotin ©︎ Emi Kuraya/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이전 글
미술
그라플렉스 작가 인터뷰: 컬렉터, 그리고 친구
FUTURE OLD FRIEND.
By HB Team/Apr 28, 2025
615
테크
차인철 인터뷰: 울퉁불퉁해도 괜찮아
케이스티파이 폐케이스가 예술이 되기까지.
Presented by CASETiFY /Apr 18, 2025
1.5K
음악
루피 인터뷰: UNWANTED WRLD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원하는 것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By HB Team/Feb 28, 2025
2.6K
음악
검정치마 인터뷰: 이제 본진으로 돌아오라
SONGS TO BRING YOU HOME.
By HB Team/Mar 18, 2025
15.8K
신발
스와로브스키 x 에어 조던 1 로우 OG ‘스텔스’ 공개
드디어 첫 실물 이미지가 등장했다.
By Euna Jeong/1 Hr ago
97
패션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키스 x 아디다스 협업이 출시된다?
키스 감성 입은 미래형 스니커.
By HB Team/May 2, 2025
1.2K
신발
키스 x 뉴발란스, 204L 협업 스니커 유출
올해 안에 만나볼 수 있을까?
By Jisoo Yoon/May 2, 2025
5.6K
신발
디스이즈네버댓 x 뉴발란스 991v2 출시 정보
놓쳐서는 안 될 협업.
By Jisoo Yoon/May 2, 2025
10.9K
신발
오클리 팩토리 팀 2025 봄, 여름 풋 웨어 컬렉션 공개
사우스2 웨스트8 협업 포함.
By Jisoo Yoon/May 2, 2025
720
신발
스와로브스키 x 컨버스 협업 ‘척 70 스페셜 에디션’ 출시 정보
스니커 전체에 수놓인 크리스탈.
By Jisoo Yoon/May 2, 2025
2.0K
음악
5월 첫째 주 주목할 만한 이주의 파티 5
한강과 음악은 언제나 옳다.
By HB Team/May 2, 2025
357
음식
당신은 누구십니까?: 2025 미쉐린 가이드가 주목한 이름들
에빗 레스토랑 조셉 리저우드부터 정하완, 진우범까지.
By Jisoo Yoon/Apr 30, 2025
3.3K
미술
롯데뮤지엄 가나 초콜릿 출시 50주년 기념 전시 개최
그라플렉스 포함 현대미술 작가 5인이 함께했다.
By Jisoo Yoon/Apr 30, 2025
491
신발
에리즈 x 푸마, 무에타이에서 영감 받은 '모스트로' 협업 공개
디테일 맛집.
By HB Team/Apr 30, 2025
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