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라는 존재에 흥미를 느낍니다. 보이는 부분과 감추는 모습, 아름다운 감정뿐 아니라 추한 내면까지 인간의 모든 지점을 뚫어져라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제 춤에 영감을 줍니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요한 잉거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현대 유럽 무용계를 이끄는 안무가로 평가받는 그는 서울시발레단이 9~18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선보일 자신의 대표작이자 아시아 초연작 ‘워킹 매드&블리스’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25여 년 전 무용수로 내한한 적은 있지만 안무가로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잉거의 2001년 작품 ‘워킹 매드’와 2016년 작품 ‘블리스’를 동시에 무대에 올리는 ‘더블 빌’이다. 그는 “내가 가진 두 가지 다른 면을 충분히 표현하는 작품들”이라며 “관람객들은 흥미진진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잉거는 작품을 공연하는 서울시발레단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과 집중력 있는 태도, 무엇이든 밝게 임하는 자세가 뛰어나 금세 사랑에 빠졌다”고 호평했다.


그의 말처럼 두 작품이 품은 감정과 분위기는 꽤 대조적이다. ‘워킹 매드’는 모리스 라벨의 곡 ‘볼레로’의 반복적이고 고조되는 선율을 토대로 인간의 광기와 고립, 긴장감 등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반면 ‘블리스’는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음악과 닮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몸짓이 중심이다. 두 작품은 인간의 솔직한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는 ‘워킹 매드’에 대해 “사람이 이성을 잃었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인간이 가진 최대치의 어리석음 등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또 ‘블리스’에 대해서는 “즉흥을 춤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는데 무용수들에게 지금 이 순간 막 일어난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진실한 춤’을 추구한다는 잉거는 자신의 작품을 즐기기 위한 팁으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을 권했다. 그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그 이유가 제각각 다르듯 춤도 음악과 닮았다”며 “내가 안무가로 똑바로 일을 했다면 내 춤을 본 관람객은 각양각색의 해석을 할 것이고 그 해석을 그대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