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0년 사법리스크 해소...족쇄 풀고 글로벌 행보 가속

2025-07-17

대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무죄 확정

반도체·AI·M&A 등 경영 보폭 확대…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낼 듯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간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법원은 15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와 관련해 이 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날 3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1·2심의 무죄 판단에 법리 오해나 사실오인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며, 수집된 물증의 경우에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고법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다.

이로써 지난 2015년 합병을 둘러싼 논란부터 1심(2024년 2월)·2심(2025년 2월) 무죄를 거친 이 회장의 사법 족쇄는 완전히 풀리게 됐다. 이는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 측은 대법원 무죄 확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해당 기업의 경영 리스크 해소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삼성그룹이 첨단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인총연합회는"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주했다.

◆ 반도체 실적 회복·AI 신사업 확대 '총수 리더십' 집중

이번 무죄 확정은 삼성의 글로벌 경영 재가동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그간 국내외 출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전장·바이오 분야의 전략을 조율해 왔지만, 법적 리스크로 인해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멈췄던 대규모 M&A 추진에도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AI 반도체 기술 경쟁,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수출 확대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발맞춰 파운드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HBM4와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기술의 조기 양산, AI 서버용 패키징 기술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주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법적 족쇄가 풀린 만큼, 그동안 보류됐던 사업 재편과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AI와 반도체 기술 중심의 산업 구조 대전환 속에서 삼성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은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법, 금산분리 이슈 등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국민연금 등 대주주의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가 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장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향후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지배 안정성 확보 작업과 주요 대주주와의 관계 재정립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금융 계열사의 지분 매각 또는 사업 분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간의 지분 정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무죄 확정은 이 회장이 그룹의 중장기 미래 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라며 "사법 리스크 해소로 글로벌 투자, 지배구조 개편,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그룹 전반의 개혁 추진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